금융지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선하라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내놨고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등 이사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당국 주도로 금융사 지배구조를 큰 폭으로 바꾸는 것은 그 동안 지주 회장 등 CEO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최근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으로 금융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을 바탕으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경영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선 각 금융사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 개선방안 마련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하늘의 별' 달았지만, 앞으론…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서 임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쉽지 않다. 권한과 책임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수억원 수준의 성과급 등은 금융사 임원의 상징 중 하나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사 임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금융지주들의 경영 성과 공시에 임직원 급여 현황 등도 포함되면서 이들의 월급 봉투도 이전보다 투명해지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성과보수 개선·비이자이익 확대…은행 체질 바꾼다(7월5일)
또 금융당국은 임원들에 대해 성과급 이연지급 등을 통해 임원으로서 더 많은 혁신 등 성과에 대한 잣대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책무구조도 도입은 임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지점이기도 하다.
CEO 선임 절차가 이전과 달라진다는 점도 임원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요소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CEO 선임 절차 기간을 지금보다 여유있게 두고 운영해 검증을 철저히 하라고 했다. 외부 후보를 포합할 경우 승계절차 시작 시점에 후보임을 알리고 이사회 간담회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특히 내부 후보에 비해 외부 후보가 불공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원칙에 포함시키며 강조했다. 오랜 기간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임원 자리에 오른 후 최고경영자까지 꿈꿨던 임원들 입장에선 내부 후보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후보군에 동일한 기회를 주기 위해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부분으로 보인다"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만큼 만큼 미진한 부분은을 보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경영 환경이 급변한다는 점에선 현재 임원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지배구조 '역풍'…세밀한 로드맵 관건
금융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금융권이 그 동안 지적받았던 문제들을 자체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채 관행을 유지해오면서 논란이 반복된 까닭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사회 내에서 보유한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임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장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에서도 최측근 인사들이 새로운 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우리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은 결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과거 금융권을 뒤숭숭하게 했던 금융사 채용비리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넘어 최근에는 직원 횡령 사고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신뢰가 최우선인 금융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전인 현 상황에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진 책임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금융권 일각에선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일부 금융권 주요 인사들은 해당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모범관행을 제시한 가운데 당국 구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려면 실행을 위한 세밀한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사회 중심보다는 회장 중심 경영이 이뤄졌다"며 "CEO 선임 절차에서 어떤 기준으로 누가 추천하는지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금융지주별로 상황과 경영 여건 등이 다른 만큼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