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토큰) 티켓을 활용한 가수 장범준의 공연이 지난달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다빈치모텔 티켓 전량을 NFT로 발행하며 가능성을 엿본 현대카드가 다시 한 번 암표 근절에 성공했다. NFT를 공연예술산업의 오랜 숙원인 암표 근절의 구원투수로 활용한 정태영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14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한남동 언더스테이지(UNDERSTAGE)에서 개최된 '현대카드 Curated 92 장범준 :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공연 티켓 전량은 현대카드와 멋쟁이사자처럼이 설립한 NFT 합작법인(JV) 모던라이언의 NFT 마켓 플레이스 ‘KONKRIT(콘크릿)’에서 추첨해 판매됐다.
이번 공연은 본인 인증을 거쳐 1인 1매로 구매가 제한됐다. 모던라이언의 NFT 티켓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있어 암표 거래의 핵심인 ‘매크로(Macro·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도 전면 차단됐다.
암표 구매에 이어 거래도 차단했다. NFT 티켓의 경우 구매한 계정을 양도해도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하려면 추가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오직 앱 안에서 구매, 보관, 사용 등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티켓을 앱 외부로 유출하거나, 재거래하는 시도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암표 문제를 막기 위해 NFT를 도입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암표를 막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일은 이제 현대카드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6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Bruno Mars)' 개최 당시 암표 사태가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시 공연은 국내 공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내한 공연으로 '동시 접속자 116만명, 25분만에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암표 업자와 관객의 부정 거래가 나타났고, 현대카드는 이를 계기로 직접 암표를 해결할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해답은 NFT 티켓이었다. 현대카드와 모던라이언은 NFT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 ‘KONKRIT(이하 콘크릿)’을 개발했다. NFT라는 낯선 상품을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던라이언의 자체 앱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에서 개최된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 콘크릿을 통해 티켓 전량을 NFT 티켓으로 판매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의 티켓을 NFT로 발행한 최초의 사례였다. 실험은 성공했다. 티켓 전량이 매진되면서 암표 거래를 전면 차단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향후 추가 기술을 개발해 암표 근절 노력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암표 거래는 공들여 공연을 준비한 아티스트와 기획사,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회적 문제"라며 "앞으로도 독보적인 브랜딩 역량과 모던라이언의 NFT 티켓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사 공연 외에도 NFT 티켓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