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양호)에서 3등급(보통)으로 낮추고, 해당 결과를 이번주 우리금융에 전달할 전망이다.
우리금융 경영평가가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 원칙상 보험사 인수 자격이 박탈된다.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로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위가 다른 제반 여건을 고려해 보험사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7일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기존보다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이를 조만간 우리금융에 통보할 예정이다. 경영실태평가 1~5등급 가운데 3등급 이하가 나오면 자회사 인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자회사 편입심사를 통과하려면 규정상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8일께 우리금융에 등급이 통보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오는 19일 금융위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는 데다, 금감원이 예고에 없던 기자간담회 개최(19일) 소식을 알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와 우리금융 경영평가등급에 대한 의견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가 등급 강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00억원대 부당대출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도 미흡했다.▷관련기사 : 금감원 '매운맛' 이유 있었네…2300억 부당대출 우리금융 위기(2월4일)
다만 금융위가 이와 별개로 보험사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등급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 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조건부 승인 등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문제는 금융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금융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칙적으론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보험사 등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원칙을 깨고 금융위가 재량으로 인수승인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실태평가 무용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금융위 의중에 따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승인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수도 있다는 논리에서다. ▷관련기사 : 동양·ABL생명 주인의 자격 결국 금융위가 정한다(2월28일)
지난해 8월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2654억원)를 각각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올해 8월 말까지 모든 인수합병(M&A)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인수가의 10%인 약 1500억원을 두 생보사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에 떼이게 돼, 인수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종 인가 여부는 법률상 심사 기한 등을 고려할 때 5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내부통제 및 자본비율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임 회장이 직접 내부통제 정례회의를 주재하며 고삐를 죄고,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그룹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을 총괄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출범키로 했다. ▷관련기사 : 금융권 사외이사, 키워드는 '비은행·IT·내부통제·여성'(3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