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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서울가스 ‘뒷배’…대를 이어 재미보는 오너 부자

  • 2024.01.22(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서울도시가스①
김영민, 1인회사 서울개발 우회장치 서울가스 장악
후계자 김요한, SCG솔루션즈 앞세워 대물림 채비

‘부전자전(父傳子傳)’. 딱 들어맞는 말이다. 오너가 1인 회사를 지렛대 삼아 쉽게 넘볼 수 없는 지배기반을 갖췄다. 이제는 후계자 역시 개인회사를 앞세워 승계기반을 닦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유야 뻔하지 싶다. 값싼 세습이다. 

현실로 불러냈을 땐 성공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오너가 간판 계열사의 돈 되는 일감을 개인회사를 살찌우는 데 알차게 써먹다가 하나 둘 후계자에게 대(代)물림한 판이니 말 다했다. 한마디로 주력사를 뒷배 삼아 오너 부자가 대를 이어 재미를 보고 있다. 

전국 2위 도시가스업체 서울도시가스(SCG) 얘기다. 대성(大成)가(家) 차남 김영민(79) SCG 회장이 자립 이후 계열을 장악하며 만든 ‘시험 족보(族譜)’는 지금에 와서는 3대 경영권 승계에 위력을 발휘할 낌새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2000년 3자분할…차남 몫 서울가스

김 회장은 서울대 사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1979년 대성탄좌개발(1997년 8월 대성산업에 흡수합병) 이사로 입사하며 가업에 발을 들였다. 34살 때다. 1988년부터는 모태기업 대성산업으로 옮겨 부사장, 해외담당 사장 등을 지냈다.

2세 경영자로서 독자적인 길을 걸은 때는 55세 때인 2000년 11월이다. 서울가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2001년 2월 별세 한 해 전(前), 고(故) 김수근 창업주가 아들 3형제에게 대성산업, 서울가스, 대구도시가스(현 대성에너지) 3개 주력사의 분할 경영을 맡길 당시 차남 몫으로 쥐어 준 계열사가 서울가스다. 

현재 김 회장이 경영하는 총 30개 SCG 국내 계열에서 서울가스는 변함없는 사업 중추다. 서울 강서구 등 11개구 232.7㎢(서울전역 38%)와 경기 김포·고양·파주 3개시 1104.5㎢ 총 1337.2㎢ 지역을 공급권역으로 수도권 판매점유율(2022년 기준)이 18.7%다. 전국 단위로는 9.2%다. 삼천리(17.5%)에 이어 2위다. 

SCG 계열 간판답다. 서울가스 지배 아래 있는 계열사도 18개사나 된다. 서울씨엔지(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지알엠(부동산 임대), 지알이에스(도시가스배관시공), 14개 도시가스 서비스센터가 포진해 있다.  

매출(연결기준)이 2022년 1조7200억원이다. ‘캐시 카우’다. 현금이 차고 넘친다. 총자산(작년 9월 말 1조5200억원)에서 현금성자산이 37.4%(5670억원)를 차지한다. 부채비율은 41.6%에 머문다. 유동비율은 374.6%로 안정수준(200%)을 훨씬 웃돌 만큼 재무구조는 견실하다.  

서울도시가스 계열 지배구조

서울가스 장악 우회장치 서울개발

서울가스에 대한 김 회장의 지배력은 탄탄하다. 서울가스 지분 35.81%를 보유하고 있다. 전부 김 회장 개인 소유는 아니다. 본인은 9.54%에 불과하다. 단일주주로는 3대주주다.  

우회장치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도시개발이다. 서울가스 26.27% 1대주주다. 김 회장 직접 지분의 거의 3배다. 이곳의 ‘유아독존(唯我獨尊)’ 1인주주가 김 회장이다. 자사주(1.96%) 말고는 주주가 김 회장(98.04%) 딱 1명이다. 

김 회장이 개인회사를 안전판 삼아 주력 중의 주력 서울가스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가족과 친인척(7명), 방계사 대성홀딩스(13.20%) 등이 15.3%를 보유하며 뒤를 받치고 있다. 도합 51.11%다. 자사주도 22.3%나 된다. 

서울가스 경영자로서 존재감도 어디 가지 않았다. 비록 한참 전인 2003년 3월 대표 자리를 내주고 줄곧 전문경영인 공동대표에게 대신하게 하고 있지만 이사회의장직은 놓지 않고 있다. 일상 경영을 일일이 챙기지 않을 뿐 주요 현안을 총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도시가스 가계도

후계자 ‘믿는 구석’ SCG솔루션즈

SCG 오너 김 회장의 올해 나이 산수(傘壽·80세)를 목전에 둔 79세. 김 회장이 쥐고 있는 절대권력은 머잖아 대를 이어 3세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타공인 후계자가 몸을 푼 지가 한참 돼서다. 2남1녀 중 장남 김요한(42) 서울가스 부사장이다. 

전광석화(電光石火). 미국 텍사스대 석유공학과 출신으로 서울가스 경영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때가 2009년 3월, 27살 때다. 바로 이사회에 직행했다. 3년 뒤인 2011년에 가서는 전무에서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고, 현재 기획조정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0.01%. 김 부사장의 현 서울가스 지분이다. 이것만 보면 3대 승계가 ‘아직 멀었다’ 싶겠지만, 오산이다. 김 회장이 미리 준비 안했을까. 자신이 개인회사를 물 주며 키우는 데 서울가스를 십분 활용했듯이 대물림에도 그대로 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 1인 소유의 에스씨지(SCG)솔루션즈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부친이 넘겨준 서울가스의 돈 되는 일감들로 한 몫 단단히 챙기며 세습의 지렛대로서 아쉽지 않을 만큼 ‘귀하신 몸’이 되고 있어서다.  

SCG의 3대 승계 얘기를 꺼낸 김에, 제 갈 길 가는 듯 보여도 김 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뒤를 봐준 차남 김종한(35) 피델리 대표, 맏딸 김은혜(44) 서울도시미디어 대표를 빼놓고 가면 섭섭하지 싶다.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은 집안이다. (▶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②편으로 계속) 

서울도시가스 최대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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