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심팩(SIMPAC)의 2대 후계자가 간판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의 2대주주로 갈아타게 되는 것을 계기로 오너인 최진식(65) 회장의 준비된 대(代)물림이 주목받고 있다.
장남 최민찬(38) ㈜심팩 전무를 계열 비상장 지배회사 주주 명단의 최상단에 올려놓았던 게 후계자의 나이 20대 초반 때다. 장남의 남부럽지 않은 개인 ‘캐시 카우(현금창출원)’이기도 했다.
심팩 한 주도 없는 최민찬의 승계기반
심팩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다. 2012년 11월 지정됐다. 지금은 중추 계열사인 합금철·프레스·롤(Roll) 메이커 ㈜심팩과 주조 및 산업기계 업체 심팩인터스트리 등 15개사(국내 10개·해외 5개)로 이뤄진 심팩 계열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원래는 2001년 3월 설립된 구조조정전문회사(CRC) 우리에셋투자(2005년 사명변경)가 전신(前身)이다. 최 회장이 2001년 쌍용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심팩(옛 쌍용정공)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 계열 지배구조는 심팩홀딩스가 ㈜심팩 계열 편입을 시작으로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결과물이다.
초기만 하더라도 최 회장은 심팩홀딩스 1대주주로서 지분 46.9%를 보유했다. 이후 2003년 62.5%에 이어 2004년에 가서는 71.9%로 확대, ㈜심팩을 비롯한 계열사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최대주주가 바뀐 때는 2007년쯤이다. 최 회장 장남 최 전무가 1대주주로 부상했다. 2009년에 가서는 지분을 36.00%에서 39.56%로 확대한 뒤 현재까지 줄곧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최 전무는 주력사 ㈜심팩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2004년 10월 장내 매입을 통해 0.39% 주주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2007년 2월 모두 정리했다.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알짜 심팩홀딩스 거의 매년 총 349억 배당
바꿔 말하면, 최 회장이 비상장 지배회사인 심팩홀딩스를 통해 일찌감치 2세 대물림 기반을 닦아 놓았다는 뜻이다. 그간 최 전무가 든든한 개인 자금줄을 쥐고 있었다는 의미도 갖는다.
심팩홀딩스는 ㈜심팩 등 계열 주식 소유 외에 자체사업으로 철강 가공·유통업을 하고 있다. 2012년 11월 당시 100% 자회사였던 심팩이엔지(존속법인)를 역합병한 데 따른 것이다. 매출 기반이 양대 주력사인 ㈜심팩과 심팩인더스트리다. 작년만 해도 매출(별도기준)이 1960억원 중 38.6%, 46.1% 도합 84.7%(1660억원)가 두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알짜다. 사업지주사로 전환한 이후로 보더라도 2013년부터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32억원, 많게는 558억원 한 해 평균 155억원을 벌어들였다. 2014년 딱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예외 없이 배당을 실시했다. 최 전무의 지분을 확인할 수 있는 2008년부터 보면, 총 383억원을 뿌렸다. 이 중 최 전무가 한 해 10억원 꼴로 도합 151억원을 가져갔다.
이렇듯 최 전무의 승계 기반이자 개인 돈줄로 활용해왔던 비상장 심팩홀딩스 주식은 ㈜심팩 주식으로 우회 상장된다. 오는 9월 ㈜심팩이 심팩홀딩스의 흡수합병을 완료하면 최 전무가 부친(23.63%)에 이어 ㈜심팩 지분 21.40%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 2세 최민찬·민영 남매 동반 승진
최 전무는 후계 세습의 또 다른 한 축, 경영승계 또한 속도감 있게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한 때 현대차에 몸담기도 했지만 2020년 쯤 ㈜심팩에 입사, 경영수업 들어갔다. 34살 때다.
속전속결. 입사 1년여 만인 2021년 말 상무로 임원 타이들을 달며 그룹재무본부를 담당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심팩홀딩스 지주부문장 겸 ㈜심팩 기획관리부문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 회장의 맏딸도 임원으로 있지만 존재감은 밀린다. 최민영(33) ㈜심팩 상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심팩에 입사한 지는 2018년 무렵으로 최 전무보다 2년 빨랐지만 올해 초에 상무 자리에 앉았다. 심팩홀딩스 구매·재무본부장 겸 ㈜심팩 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