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중견그룹 오텍(AUTECH)의 오너 2세들이 처음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가 4년 전에 비해 5분의 1 토막 난 상황에서 이를 승계 기반을 닦는 기회로 활용할지 주목거리다.
형제, 나란히 지주사격 ㈜오텍 3억씩 매입
18일 ㈜오텍에 따르면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강성희(69) 회장은 이달 초 ㈜오텍 소유지분이 28.52%에서 29.49%로 0.97%p(15만주) 증가했다. 현재 2명의 특수관계인인 2세들의 주식 매입에 따른 것이다.
부인 이희숙(65)씨 사이의 장남 강신욱(39)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와 차남 강신형(37) 상무다. 지난달 31일~이달 5일 0.49%(7만5000주)씩 도합 6억원(주당 3985원)어치를 장내 취득했다. 강 회장 24.10%(강 상무 대여주식 15만주 포함)에 이어 ㈜오텍 지분을 각각 2.21%에서 2.7%로 확대했다.
두 아들의 ㈜오텍 주식 장내매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보유주식은 ㈜오텍이 2013년 8월 발행한 5회차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억원 중 35억원어치의 워런트(신주인수권·행사가 5144원)을 2017년 11월 전량 전환한 주식이다.
따라서 최근의 행보는 ㈜오텍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식 매입을 통해 주가 안정 및 더 나아가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지분 보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텍은 모태사다. 앰뷸런스·냉장냉동탑차·장애인차·캠핑카 등 특수자동차(특장차) 및 팔레트(Pallet)·시트모듈 등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서, 비록 그룹 내 사업비중은 작지만 계열 지배구조 면에서는 지주회사격이다.
간판 계열사 오텍캐리어를 비롯해 씨알케이(옛 오텍캐리어냉장·상업용 냉동냉장설비),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기계식주차장치) 등 총 11개(국내 8개·해외 3개) 계열사의 정점에 위치한다. ㈜오텍 소유지분이 곧 계열 장악력이자, 2세 승계의 발판이라는 뜻이다.
㈜오텍 주가 부진 뒤엔 ‘캐리어’의 그늘
반면 주가는 신통치 않다. ㈜오텍은 2020년 말 1만9250원(종가 기준)으로 2만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거의 줄곧 내리꽂혔다. 강 회장 2세들의 이번 주당 취득가 또한 4년 전 주식 시세에 비해 79.3% 낮다는 게 이에 대한 방증이다.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 오텍캐리어 등 전 계열사를 연결종속회사로 둔 ㈜오텍은 2021~2022년 1조원을 웃돌던 매출(연결)이 작년에는 9600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2년 191억원, 작년 98억원 등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삼성전자·LG전자·위니아와 더불어 국내 에어컨 제조사 ‘빅4 중 하나인 중추사 오텍캐리어에 기인한다. 작년 매출(연결)이 5500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오텍 연결 9600억원)의 57.3%에 이를 정도로 주력 중의 주력사다. 반면 2022년 영업손실 231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5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오텍은 뚜렷한 수익성 개선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분기 매출이 72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330억원) 축소됐다. 영업이익은 54억원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1년 전보다는 27.1%(20억원)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