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백신 생산 네트워크에 합류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백신 생산 허브로 나선다.
이번 협약으로 향후 팬데믹 발생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에 백신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생산된 백신의 한국 우선 공급권을 확보해 국가 보건 안보도 강화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백신 제조시설 네트워크(VMFN)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리처드 해쳇(Richard Hatchett) CEPI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CEPI는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 기구로, '질병X(Disease X)'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팬데믹을 차단하기 위한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30개국 이상의 정부와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CEPI가 추진 중인 ‘100일 미션(100 Day Mission)’의 일환이다. 팬데믹 발생 후 100일 이내에 백신을 승인받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최대 2000만 달러(약 288억원)의 초기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CEPI가 지원하는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우선(preferred)’ 생산 기업으로 지정됐다. 평시에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공정 개발(CMC)과 예비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팬데믹이 발생하면 즉각 생산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팬데믹 상황에서 CEPI의 요청에 따라 최대 5000만 회분의 완제 백신(DP) 혹은 10억 회분 분량의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백신은 한국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합의해 국내 백신 수급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
양측은 실전 대응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모의 훈련도 진행한다. 야생형(wild-type) H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을 가정해, 항원 개발부터 백신 제조 및 최종 공급에 이르는 전 주기를 신속하게 수행하며 공정의 안정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지난 2021년 모더나와의 협력을 통해 mRNA 백신을 국내 최초로 생산·공급하며 팬데믹 대응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번 CEPI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아태지역을 대표하는 백신 생산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CEPI와의 협력을 통해 팬데믹 발생 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게 됐다"며 "한국의 백신 주권 강화는 물론, 글로벌 보건 안보 위기 극복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우수한 제조 역량은 글로벌 감염병 대응 인프라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료 취약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백신을 빠르게 공급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