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2인자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다양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에서부터 복심(腹心), 장자방(張子房), 오른팔 등 시대와 상황에 따라 쓰는 용어는 다르지만 의미는 하나다. 재계에도 2인자로 꼽히는 수많은 부회장들이 존재한다. 직장인들의 꿈인 대기업 임원,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재계 부회장, 그들이 누구인지 들여다 봤다. [편집자]
부(副)회장. 조직의 최상단인 회장 바로 아래 자리다. 회장에 버금가는 자리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현재 자산순위 30대 안팎의 그룹에는 60여명에 달하는 부회장들이 있다.
각 그룹에 따라 부회장들의 역할도 다르다.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실세 부회장부터 전문경영인, 대외적인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도 있다. 오너의 2세나 3세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경우도 눈에 띈다.
◇ 오너 보좌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회장 유형이다. 오너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전체를 관장한다. 인사나 재무는 물론 그룹의 중장기적인 전략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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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맡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기획담당인 김용환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보좌형으로 분류된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4명의 부회장이 있다. 지난 인사에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부회장단이 축소됐다. 이중 최지성 부회장은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와 TV, 휴대폰 등을 성장시킨 인물이다.
최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다시 복귀한 이후 그룹 전체를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전체의 성장을 이끌고, 경영권 승계의 잡음을 줄이는 게 당면 과제다.
부회장만 11명이 있는 현대차그룹에서는 김용환 부회장이 보좌형에 근접해 있다. 다른 부회장들이 현재 각각의 사업분야를 맡고 있는 반면 김용환 부회장은 기획분야를 맡아 그룹의 살림을 총괄하고 있다. 롯데의 이인원 부회장, 효성의 이상운 부회장, 현대백화점 경청호 부회장 등도 오랜 기간 오너를 보좌해 왔다.
◇ 전문경영인
오랜 기간 재직하며 사업을 키워온 전문경영인 부회장들이 가장 많다. 특히 SK와 LG그룹은 각 부회장들이 사업을 책임지는 구조로 삼성, 현대차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분산된 형태다. 물론 삼성에서도 권오현 부회장, 현대차에서도 설영흥, 윤여철, 이형근 부회장 등이 전문경영인형 부회장으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이 부재중인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6개의 위원회를 맡고 있다. 부회장 중에서는 김재열 SK 부회장이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글로벌 성장위원회를 맡고 있다.
▲ 왼쪽부터 이상철, 차석용, 이희범, 박진수 부회장 |
LG그룹 역시 지주회사 특성상 각 계열사들에게 많은 권한이 넘어가 있다. 구본무 회장은 정기적으로 사업성과를 챙기는 정도고,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다. 주로 전문경영인 출신의 부회장들이 사업을 도맡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이희범 LG상사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주요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다.
오너체제가 아닌 포스코는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이 계열사를 챙기고 있다. 역시 전문경영인이다.
그밖에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등도 같은 그룹에 속한다. 동부그룹 역시 이재현 동부대우전자 부회장, 이종근 동부제철 부회장, 이순병 동부건설 부회장 등이 주요 사업을 분담하고 있다.
◇ 얼굴마담
경영일선보다 오너를 대신해 각종 대외활동에 주력하는 부회장들도 있다.
강호문 삼성그룹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강호문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활동을 맡는다. 최지성 부회장이 전체적인 그림을, 권오현 부회장이 사업을 책임지는 구조인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분업인 셈이다.
지금은 LG경영개발원으로 물러난 강유식 LG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 LG와 같이 지주회사인 GS 역시 서경석 부회장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창수 회장이 현재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서 부회장의 역할이 작지 않다.
김승연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김연배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원로경영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김승연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며 다시 돌아온 경우다. 김 부회장은 현재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 경영승계
전문경영인 다음으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회장은 오너일가다. 대부분 2세나 3세들로 경영승계 과정에 있는 경우다. 이미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정의선, 정용진 부회장 |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 최신원 SKC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역시 오너 일가다. LG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고 있다.
GS에서는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두산에서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CJ는 이미경 부회장, LS는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이 오너 일가다.
대림그룹은 이준용 회장의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하고 있다. 대상그룹 역시 임창욱 회장의 부인인 박현주씨가 대상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