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황태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 건설부문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엠코를 통해 10년만에 3700억원을 벌었다. 그룹 계열사들이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를 부풀려준 일등공신이다.
이는 현대엠코가 2조원이 넘은 현대글로비스와 더불어 그룹 승계를 위한 정 부회장의 또 하나의 믿음직한 재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새삼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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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키로 결의했다. 현대엠코 주주의 보유주식 1주당 현대엔지 0.1776171주 총 35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은 뒤 4월 1일까지 마무리짓는 일정이다.
합병비율과 더불어 어떤 다른 합병 내용보다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합병가액은 현대엔지가 40만3586원(액면가 5000원), 현대엠코는 7만1684원(액면가 5000원)으로 매겨졌다.
합병가액이 갖는 중요성은 합병비율을 결정지은 잣대로서뿐만 아니라 양사의 합병 추진으로 단연 이슈의 중심에 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재 현대엠코 주식가치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현대엠코의 사업구조가 독특한 것은 자동차·제철 공장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하는 풍부한 물량을 기반으로 뛰어난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계열 매출비중이 61%에 달할 정도다.
이에 따라 건설경기 불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2년 매출(개별 2조8700억원)은 2009년의 3배 가깝게 뛰었다. 합병가액이 액면가(5000원)의 14배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엠코의 급속한 매출 성장성을 잘 보여준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엠코의 최대주주로서 지분율 25%에 51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2004년 12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유무상증자를 거쳐 현재 주식을 소유하는데 쓴 자금은 375억원이다. 주당 취득가로 환산하면 주당 7480원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본전을 뽑고도 100억원이나 되는 이익을 챙기고 있다. 현대엠코가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속 배당을 실시함에 따라 이 기간 그가 챙긴 배당수익이 47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보유주식의 가치는 합병가액 기준으로 3590억원에 달한다. 현대엠코에 투자한 지 10년만에 3700억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현대엔지가 현대엠코를 합병해 덩치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키우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승계자금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마련하는 셈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합병 뒤에는 합병 회사가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의 추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또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