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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재계 키워드]①'오너 리스크'를 경계하라

  • 2014.12.18(목) 10:11

오너 3, 4세 일가 경영참여 확대
오너리스크 부각..특권 버리고 책임감 가져야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마무리되고 2015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재계는 내년에도 힘겨운 생존경쟁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내년 재계가 직면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땅콩 리턴'. 최근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단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진가 오너 3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대한항공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대를 이어 키워온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오너 리스크(Owner risk)'는 비단 한진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창업주와 2세를 거쳐 3, 4세들까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형태의 '땅콩 리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 부상하는 오너 3, 4세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인해 재계 오너 3, 4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당수 기업들은 3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거나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이 부회장은 승계기반을 일정부분 갖추게 된다. 삼성에는 이 부회장 외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오래됐다. 정몽구 회장의 딸들은 이노션과 현대커머셜 등 계열사 고문이나 임원 등을 맡고 있지만 본업인 자동차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그룹들도 오너 3~4세들이 포진하고 있다. LG는 정기인사에서 구본무 회장의 아들은 구광모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눈길을 끌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씨도 현재 LG전자에 입사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인 정기선씨도 올해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GS의 경우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씨가 GS건설 상무로 재직중이다.

 

한진은 조현아 전 부사장 외에 조현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 역시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을 비롯한 김승연 회장의 세아들이 모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잇는 상태다.

 

한편 SK나 롯데는 아직 3~4세들의 경영수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의 둘째딸인 최민정씨는 최근 해군에 입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경영능력 검증 해야 

 

이처럼 많은 기업 오너들의 3, 4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와 가업 승계를 당연시하는 현재 지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위층이라는 특권 의식보다 오너 일가로서의 책임감을 더 중시하는 한편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 조 전 부사장 사건으로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이 입은 유무형 손실은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당장 불매운동은 물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풍자하는 동영상이 전세계로 퍼졌다.

 

한진그룹 숙원사업중 하나인 경복궁 근처 호텔 건립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창업주부터 어렵게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신사업 추진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록 일부라고 해도 창업주나 2세들과 달리 3, 4세로 넘어가면서 기업에 대한 책임감보다 특권에 도취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보듯 한순간의 언행이 기업 자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너 일가들이 입사후 고속승진을 통해 일반 직장인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자리까지 손쉽게 오르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잊어선 안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리더십을 갖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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