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 해 였습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고위 임원들이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이구동성으로 내던진 말이다. 통신3사는 올해 각각 45일이라는 최장기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라는 거대 변수까지 생겨 사업전략을 짜기 힘들었다. 아이폰6가 나오면서 보조금 경쟁이 재발돼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각 사별 이슈도 많았다. SK텔레콤은 총수 부재와 통화장애 발생으로 힘겨웠고, KT는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고객정보유출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LG유플러스는 3위 탈출전략을 세웠지만 의미있는 시장점유율 변화를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네트워크 중심의 단순 통신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새조직으로 도약한다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상태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수 년전 부터 탈(脫)통신을 외치면서 신사업 찾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통신과 관계없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남들과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을 내세우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국가기간망이라는 통신의 특수성 때문에 해외진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도 동종 통신업체는 물론이고 운영체제(OS)를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 IT 제조사, 시스템통합(SI) 업체 등 수 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통신사들은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올 연말 조직 쇄신을 꾀했다. 2015년부터는 신사업을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운영부터 바꿔 본격적으로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CEO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또 신성장 동력 사업을 담당할 플랫폼 총괄을 신설하고, 이를 CEO가 직접 챙기기로 했다. 사업개발부문도 글로벌(Global)사업개발부문으로 재편해 플랫폼 및 글로벌 사업에 있어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플래닛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시켰다.
KT는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던 미래융합전략실을 미래융합사업추진실로 확대 개편했다. 황창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내세운 5대 미래융합사업을 개발부터 사업화 까지 일괄적으로 추진, 사업성과를 내도록 독려한 것이다. 글로벌사업본부도 마찬가지로 글로벌사업추진실로 확대해 CEO 직속으로 독립시켰다.
유일하게 LG유플러스만 올 연말 커다른 조직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를 변화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올 연말 인사나 조직변화의 폭이 작았다는 것은 내년에 크게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다"면서 "내년 한 해 사업추진 실적을 더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ICT 융합 속도낸다
조직변화를 통해 통신3사가 내세우고 있는 신성장 동력은 ICT 융합사업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통합보안,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통신망을 활용한 융합형 아이템이 주류를 이룬다.
이중 내년에 가장 이슈될 분야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에 필요한 특수 단말과 네트워크를 연결한 회선형 수익모델을 비롯해 원격검침, 블랙박스, 근거리통신(NFC) 결제 등의 서비스에 주력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 적용분야를 확대하고, 그 경험을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빅데이터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동인(動因)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면서 "데이터 저장비용이 감소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 사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 유무선이 통합된 기가 인프라를 구축한다"면서 "기가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한편 유무선의 최신 기술들을 결집해 언제 어디에서나 빠르게 연결되는 사물통신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년에는 LTE망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사업이 실현될 것"이라면서 "LTE 자판기, LTE 골프장 경기운영 도우미 등 실질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쏟아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