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박정원 회장 체제하의 첫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다. 다만 이번 실적으로 박정원 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실적은 작년 박용만 전 회장 시절 이뤄진 구조조정의 성과 덕이어서다. 따라서 면세점 등 신사업 성공 여부를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 확실히 나아졌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이번 실적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체제 하에서 맞는 첫 실적이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룹 수장으로서 박 회장이 받아든 실질적인 첫 성적표이자 경영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였다. 그런만큼 그룹 내외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지난 2분기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좋았다.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 계열사가 흑자를 기록했다. 늘 문제가 됐던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도 2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계열사별로 매출액이 전년대비 감소한 곳도 있었지만 수익성은 모두 좋아졌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우 '자회사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에 발목을 잡혀왔다. 자체 실적이 좋아도 이들 자회사에 막혀 실적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달랐다. 천덕꾸러기들이 효자가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지속적인 성장과 신형 엔진 판매 확대,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 덕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26.9% 증가했다. 두산엔진도 전년대비 흑자전환한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두산건설도 마찬가지다. 두산건설은 전년대비 515.6% 증가한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지원받은 부문을 모두 털어내고 거둔 실적이다. 두산건설의 민낯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은 그만큼 내실을 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두산건설은 박 회장이 회장 취임 직전까지 몸 담았던 계열사이기도 하다.
이들 자회사의 호실적은 고스란히 두산중공업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자체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대형 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매출액과 이익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익성은 확보해둔 터여서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지주회사인 ㈜두산도 자체 사업 확보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33.2% 증가한 30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 삼촌이 만들어 둔 토대
2분기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공통적인 요인은 '구조조정'이다. 작년 두산그룹은 전계열사를 막론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잘 할 수 있는 것만 남기고 모두 정리한다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의거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와중에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덕에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두산그룹의 이런 구조조정은 전 회장인 박용만 회장 주도하에 이뤄진 것들이다. 박용만 전 회장은 갈수록 악화되가는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을 주문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이다. 공작기계사업부는 알짜 사업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사업부문과 함께 두 축을 이루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과감히 이를 매각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재무구조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산의 경우 과거에 남겨뒀던 소비재 사업 부문을 모두 매각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받았던 사업들을 내놨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이지만 지니고 있는 것보다 매각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물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의 경우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희망퇴직 대상에 신입사원들까지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두산그룹은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결국 박용만 회장이 나서 이를 진화했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것이 박용만 전 회장 시절에 진행된 일이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이 위기에 빠질 기미를 보이자 박용만 회장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그 결실을 후임인 박정원 회장이 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정원 회장도 그룹 회장 취임 전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온 만큼 온전히 박용만 전 회장의 공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신사업에 달렸다
결국 박정원 회장이 보여줘야 할 것은 본인의 경영능력이다. 현재 박 회장은 그룹 내에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촌인 박용만 전 회장이 시작한 그룹 구조조정을 자신의 손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박정원 체제 하의 두산그룹을 더욱 공고히하겠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현재 박정원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그룹을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정원 회장만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취임 후 첫 성적이 좋았고 향후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위기는 좋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건과 하반기 두산밥캣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좀 더 확고한 박정원 체제가 갖춰질 수 있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면세점, 연료전지사업, ESS사업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이다. 또 매각이 진행중인 건과 하반기 두산밥캣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박정원 회장만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아울러 부담도 있다. 신사업의 성공이다. 현재 두산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해있다. 여러 경쟁업체에 비해 후발주자다. 그런만큼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면세점 사업은 박정원 회장이 주도해 진행한 사업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만큼 기대도 크다.
㈜두산의 면세점BG 일 매출액은 초기 1억원에서 최근 5억4000만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월부터 시계를 시작으로 10월까지 메스티지 브랜드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4분기 중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까지 럭셔리 브랜드와 명품 시계, 보석 브랜드 등을 입점시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재 각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도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다. 두산중공업의 ESS 사업과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 등은 두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아직 대부분 시장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큰 성과는 없다. 연료전지 사업부문의 경우 지난 2분기 1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상태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느냐가 박 회장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