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이틀째인 9일 오후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 생산기지인 노이다 신(新)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 이번 대면을 위해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뉴델리 인근 도시 노이다에 들어선 삼성전자 신공장은 1997년 설립한 기존 스마트폰 공장을 2배로 증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간 6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공장 증축에 투자했다.
▲ 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삼성전자 신공장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
이번 만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과 재계 1위 총수의 첫 회동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새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청와내 내 기류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해외순방 과정에서 대통령의 통상적인 경제외교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때 현대자동차 충칭공장을 방문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이 재계에 협조를 요청하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만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경제분야에서도 성과를 내야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최고 수뇌부의 공백 상태를 장기간 방치해선 안된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여론을 의식해 공개적인 자리에는 가급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 판결까지 두문불출하며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것보다 차라리 재계 1위 기업으로서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며 관계복원을 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자체적으로도 인도는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뒤 20여년간 생산과 판매, 연구개발에 대한 현지 투자를 꾸준히 진행했다. 이번 노이다 공장 증축도 2016년 이 부회장이 인도를 방문해 약속했던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샤오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2위로 떨어졌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인도 방문은 삼성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침체된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이라는 이 부회장의 과제와도 연결돼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인도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다음의 전략거점으로 꼽고 있는 지역"이라며 "삼성으로선 총수인 이 부회장이 한국의 대통령과 한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도에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