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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폰, OFF]마지막 불꽃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명암

  • 2021.04.09(금) 17:05

스위블 흥행 실패, 롤러블은 출시도 못해
HW·SW 기술 집약체…팔수도 없는 아픈 손가락
LG전자 "미래사업 활용" 가전·전장 내재화 도모

LG전자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예고 영상/자료=LG전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때 삶은 기대 이상이 된다(Life gets better in unexpected ways when you discover the unexplored)'

작년 9월, LG전자가 세계의 매체들을 대상으로 'LG 윙' 출시 초청장을 보내며 적은 문구다. 윙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휴대폰 사업을 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띄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제품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LG 폰 26년 역사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 '윙'에 걸었던 절박한 기대

윙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전례 없는 도전이었다. '스위블(돌다·돌리다, swivel)'이라는 새 폼팩터(제품형태)를 내세운 이 제품은 T자형 화면이 특징이다. 전면 주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식이다. 

LG는 '벨벳', 'Q' 시리즈 등 일반적인 스마트폰 모델을 '유니버설 라인'으로 분류하면서 혁신적인 제품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따로 빼 사업을 이원화했다. 혁신 제품과 일반 제품을 동시에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가 양분하고 있는 상위(프리미엄) 모델 시장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죽어가는 브랜드를 기술력으로 살려내 대중적 유니버설 라인에서도 수익성을 키우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었다.

모험이었다. 이연모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당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획일화된 스펙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LG전자의 과감한 변신"이라며 "이같은 도전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가 윙에 건 기대가 크기도 했지만 절박함 역시 컸다. 혁신과 기술력을 무기로 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제품으로 수익성과 브랜드를 함께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제품 흥행에 모든 걸 걸었다. 업계의 예상보다도 낮게 가격(출고가 109만8900원)을 책정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었다.▷관련기사: LG전자가 가로본능 '윙'에 거는 절박한 기대(2020년 9월14일)

하지만 그게 다였다. LG 윙 판매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 실적으로 어느 정도 드러난다. LG 윙은 작년 9월 출시 됐는데, LG전자 MC본부 실적은 작년 3분기(6~9월) 매출 1조5248억원에 영업손실 1484억원, 이어 4분기(10~12월)에는 매출 1조3850억원에 영업손실 2485억원이었다. 

4분기 LG 윙을 앞세워 판촉에 힘을 실었지만 매출은 전기대비 9.2% 줄고, 손실은 67.5% 늘어난 것이다. LG전자는 4분기 실적설명회(IR) 때 "고정비용은 감소하였으나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부진으로 전분기 대비 악화했다"고 털어놨다.

◇ '탐험은 여기까지(No more to Explore)'

꽃을 피우지도 못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차기작은 '롤러블(rollable·말리는) 폰'이었다. LG가 디스플레이에서 TV까지 수직 계열화된 강점을 극대화한 '롤러블'로 반전을 꾀한 것이었다. ▷관련기사: LG전자, '폴더블' 대신 '스위블'…다음은 '롤러블'(2020년 9월15일)

LG 윙 출시 행사 때도 마지막에 롤러블 폰을 암시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는 'Hold your breath(숨 죽이고 기다리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 형상이 나타났다. 출시는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다.

LG전자는 올 초 'CES(세계가전박람회) 2021'에서도 롤러블 폰이 펼쳐지고 말려 들어가는 장면을 두 차례 내보이며 출시 기대감을 키웠다. 'More to Explore(더 많은 탐험)'이라는 문구로도 이 제품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차기작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롤러블은 출시까지 가지 못했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도 여기까지였다. LG전자가 MC사업을 매각조차도 하지 못한 탓에 브랜드를 바꿔 달고 나올 수도 없었다.

◇ 놓을 수 없었던 이유

이렇게 LG폰의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쏟아부은 것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였지만, 역설적으로 휴대폰 사업 매각에는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 휴대폰 사업이 오랜 기간 응축해온 지적재산권(IP)의 결정체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였다는 점 때문이다. 

LG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더라도 미래 사업 원동력이 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차량사물통신(V2X) 등과 연결되는 모바일 기술 관련 지재권은 남겨두고 싶었다.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는 이런 원천기술이나 특허, 지재권을 떼어내고 생산설비만 인수하는 것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해 매각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 말 기준 MC사업본부의 자산은 3조5021억원, 부채는 7조6082억원으로 자본은 마이너스(-) 4조1061억원이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이 완전잠식된 상태다. 재작년말 자본 -3조997억원보다도 1조원 넘게 잠식이 깊어졌다. 지재권 등을 포함한 영업권의 가치가 4조원을 훌쩍 넘지 못하면 오히려 돈을 더 내주고 팔았어야 하는 사업이었다는 의미다.

MC사업본부를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로 이어질 'LG신설지주(가칭 LX홀딩스)' 쪽으로 배치하는 안도 내부에서 검토됐지만 논의 초기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6년의 자존심을 버리고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은 '실리주의'에 바탕을 둔 구광모 회장 시대 LG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LG전자 측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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