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과 손잡고 11번가의 쇼핑 경쟁력을 키우기로 한 SK텔레콤의 사업 행보가 여태껏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존이 SK텔레콤에 투자 및 전략적 협업 조건으로 내세운 빠른 배송 등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K텔레콤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종합물류기업과의 배송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현재 아마존과의 전략적 협업 및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존과의 사업 제휴는 SK텔레콤의 이커머스와 미디어, 보안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2(코퍼레이션2)센터가 전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상호협력 및 지분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아마존이 11번가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사들인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협업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존이 11번가의 전환우선주 투자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으나, 거의 반년 동안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은 아마존 측의 협업 조건인 빠른 배송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직구(직접구매)하면 쿠팡의 로켓배송 수준으로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데 그만한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기대만큼의 배송 속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한국 시장의 진출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당초 아마존은 자사의 인기 상품을 11번가의 한국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소비자 주문을 받으면 즉각 배송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기존 직구의 문제점인 느린 배송이나 복잡한 환불절차, 언어 문제 등을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선 아마존 주요 상품을 대량으로 미리 사놓아야 한다. 미국 상품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선박·항공 운송 및 국내 세관 통관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주 가량이다. 그러나 사전에 물류센터에 보관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SK텔레콤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에 협업을 제안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중국 및 홍콩 법인을 통해 해외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천 공항동로에 자체 국제특송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이 실현된다 해도 관세 문제 등이 남아 있다. 현재 해외 직구 물품의 면세 기준은 150달러 이하다. 우리 돈 약 16만7000원 이하의 직구 상품이 면세 대상이다. 만약 면세 기준을 넘으면 전체 물품가격에 관세가 부과된다. 금액에 따라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아마존이 내세운 조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SK텔레콤이 11번가에 '아마존 직구관'을 만들기 위해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롯데 측과 협업에 나설 정도로 아마존 투자 유치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