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휴지 위기' 김치코인 피해 3조…줄소송 가나

  • 2021.09.09(목) 17:39

4대 거래소만 생존시 42개 코인 상장폐지
거래소 개별소송·투자자 집단소송 등 예상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최소 3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정부가 정한 사업자 신고 조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코인들의 시가총액이다. 제때 신고를 못해 폐업을 해야 한다면 이 코인들도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다. 

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국내 42개 거래소들은 폐업이 유력하다. 20여 개 거래소는 원화마켓을 폐쇄하게 된다. 이들은 정부 방침으로 하루아침에 영업 제한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코인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예상된다.

9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과 한국핀테크학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피해진단 및 투자자 보호 대안'을 주제로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정부의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 접수 마감을 보름 앞둔 상황에서 현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다.

상장폐지 김치코인 시총 최소 3조

현재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줄폐업' 위기에 놓여있다. 소위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어느 거래소도 신고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신고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중소 거래소의 계좌 발급 신청조차 받고 있지 않다.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4대 거래소가 유일하다.

학회는 거래소 줄폐업 시 투자자가 입게 될 피해 규모를 추산해 발표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최소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코인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순수김치코인'이 총 112개 등재돼 있다. 이 중 4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순수 김치코인은 42개다. 순수김치코인은 한국인 개발팀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원화거래 비중이 80%에 달하는 코인을 말한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사진=유튜브 민형배TV 갈무리

김 학회장은 "4개 거래소만 신고 수리를 해주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서 나머지 코인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화 비중이 80% 이상인 순수김치코인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4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42개 코인의 시가총액이 3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를 전수조사하면 피해 규모가 10조원 이상일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예를 들어 거래소 에이프로빗은 4대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순수김치코인의 시가총액이 300억원, 오아시스는 9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코인 투자금도 애초 법정 화폐로 투자가 된 것이므로 반강제적으로 정책에 의해 상장폐지가 되는 투자금은 보호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상황엔 법적 대응 '카드'

전문가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중소 사업자들이 은행에서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효성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거래소 코어닥스 대표)은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위험하니까 거래를 하지 말라고 은행에 계속 공문을 내려보냈다"면서 "이와 반대로 은행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심사 후 만들어주라고 공문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쏠린 책임소재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오롯이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개정 특금법은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에서 자금 사고가 나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다. 박민 에이프로빗 이사는 "은행은 수익성보다 중요한 게 리스크 헷지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계좌를 발급해줘야 하나 싶은 게 당연할 것"이라며 "은행이 부담을 안는 구조를 없애고 거래소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도 거론됐다.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와 코인을 상장한 발행사는 '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게 된다. 투자자들의 재산권에도 중대한 제한이 발생한다. 또 이번 사안에서 정부는 국가의 고유 행정 업무인 자금세탁방지 기능을 은행에 맡겨뒀다. 법적인 근거없이 사기업인 민간영역에 정부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은 민간 위임위탁 관련 조항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이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사법적 대응은 불가피하다"면서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령에 대해 제소할 수 있고, 행정부작위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형묵 금융소비자연맹 위원도 "금융소비자연맹은 이전에도 이런 불법적인 일로 집단소송할 피해자를 모집하고 대행을 했던 많은 경험이 있다"며 "일방적인 행정조치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정부에 대한 집단소송도 준비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추석 명절 등 휴일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사업자 신고를 위한 업무 일수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핀테크학회는 이날 사업자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방문해 포럼에서 제시된 다양한 제안들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오는 13일에 있을 당정협의 시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여야 의원실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