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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머리위 '9cm'가 경차를 SUV로

  • 2021.09.29(수) 11:30

[차알못시승기]
굴곡 있는 SUV 외형…키높여 내부공간 확보
경차가 2000만원? 심리적 저항선 극복할까

주문 첫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1만8940명이 사전예약한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를 지난 27일 시승했다. 큰 키가 만들어낸 실내 공간감은 경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2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현대차 캐스퍼와 한국지엠 스파크는 전장(3595mm)과 전폭(1595mm)이 같다. 하지만 전고는 캐스퍼(1575mm)가 스파크(1485mm)보다 90mm 더 길다. / 사진 = 안준형 기자

캐스퍼의 외관은 하체가 탄탄한 SUV다. 전면부의 동그란 헤드램프, 삼각형 파라메트릭 그릴, 휠하우스(바퀴 윗부분)의 굴곡 등은 경차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입체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차체 크기는 딱 경차다. 자동차관리법상 여러 혜택을 받는 경차 기준에 맞춰야해서다. ▷관련기사: 내 이름은 경차, 어쩌다 찬밥이 됐을까요(2018년 12월7일)

전장(길이) 3595mm, 전폭(너비) 1595mm는 기아의 모닝, 한국GM 스파크와 똑같다. 공차중량(1030kg)도 경차 수준이다. 루프랙을 잡고 흔드니 차체가 좌우로 기우뚱거렸다.

캐스퍼의 깜찍함은 'SUV를 경차 비율대로 축소했다'는 점에서 나오는 듯했다. 소인국 테마파크에서 미니어처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등을 봤을 때의 느낌 말이다. 이 같은 디자인의 힘은 사전예약으로 증명됐다. 사전예약 첫날의 캐스퍼 기록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최다 기록이다.

기자가 캐스퍼 운전석에 앉자 무릎이 대시보드 아래쪽에 닿았다. / 사진 = 안준형 기자

내부로 들어가면서 경차라는 점을 실감했다. 키가 185cm인 기자가 운전석에 앉자 오른쪽 무릎이 대시보드 아래쪽에 부딪혔다. 몸을 구겨 넣는 느낌이었다. 

의외로 머리 위 공간은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었다. 기아 모닝보다 90mm 더 긴 전고(높이) 덕분이었다. 운전석 시트를 뒤로 쭉 빼니 어느 정도 다리 공간도 확보됐다. 운전자의 '체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편안한 운전을 위해선 뒷자리를 비워야 할 듯했다.

캐스퍼 벤치형 시트 / 사진 = 안준형 기자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가 이어진 벤치형 시트였다. 경차 크기상 운전석과 동승석이 가까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두 자리를 하나로 이으니 오히려 공간이 넓어 보였다. 작은 의자 두 개가 아닌 긴 벤치 하나를 둔 듯한 인상이었다.

가솔린 1.0 터보(T-GDI) 엔진에서 나오는 주행감은 민첩했다. 시동을 걸자 1000kg이 갓 넘는 차체가 부드럽게 바퀴를 굴렸다. 시내 주행에서도 경차 특유의 민첩한 주행감을 이어갔다. 고속도로로 들어설 때도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의 흐름에 맞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캐스퍼 / 사진 = 현대차 제공

다만 오르막에서 액셀을 밟자 힘이 달렸다. 엔진 회전소리가 바닥부터 요란했지만 바로 가속력이 붙지는 못했다. 하지만 캐스퍼의 '체급'을 생각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지능형 안전기술은 경차란 것을 고려하면 인상적이었다. 점선 차선에서 차가 벗어나자 경고음이 울렸고 실선 차선에서 차선을 유지하려 버티는 힘이 핸들에 그대로 전달됐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와 차로 유지 보조(LFA) 등 덕분이었다. 이밖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차량 출발 알림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보닛을 연 캐스퍼 / 사진 = 안준형 기자

시승을 끝내고 내부 공간을 다시 둘러봤다. 내부 공간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폴딩 시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캐스퍼는 1·2열 전 좌석의 등받이를 앞으로 접을 수 있다. 운전석에 풀 폴딩(Full-folding) 시트가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란다.

시트를 앞으로 접고 나자 제법 쓸만한 공간이 확보됐다. 차박(차에서 잠자는 캠핑)까지는 모르겠지만 당일치기로 캠핑지에서 놀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동승석 등받이를 접자 식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운전석과 뒷자리 등받이를 앞으로 접고 매트를 설치한 캐스퍼 / 사진 = 안준형

마지막 고민은 가격이었다. 이날 시승한 캐스퍼(1.0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은 2000만원 선이 넘는다. 준중형의 아반떼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캐스퍼 가격이 1385만원부터 시작되지만 말 그대로 깡통차 수준이다. 캐스퍼의 핵심 기능인 폴딩시트도 인스퍼레이션 트림부터 적용된다. 

'누가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경차를 사겠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사전예약 하루 만에 1만9000명 가까이가 몰린 것은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뜻일 것이다. '생애 첫차는 아반떼'라는 뻔한 선택을 피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나 보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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