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화웨이가 점유율면에서 올 들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작년부터 미국 무역 제재의 화살이 집중된 결과다. 여기에 또 다른 메이저 제조사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시장이 크게 재편되고 있다.
화웨이와 LG전자가 빠지면서 중국의 오포(Oppo)와 샤오미를 비롯해 애플과 모토로라 등이 반사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각각의 '텃밭'에서 화웨이와 LG전자의 빈자리를 채우며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12% 어디로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작년 3분기 12% 수준이었으나, 올 3분기 2%로 쪼그라들었다. 이중 LG전자의 점유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웨이는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꼽혔으나,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무너졌다. LG전자는 올해 7월 판매량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휴대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후 화웨이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1%라도 빈자리를 가져가는 게 중요해져서다.
화웨이의 부진과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수혜를 본 기업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기존 화웨이의 '텃밭'이자 단일 국가 기준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은 애플이 의외로 선전했고,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북미는 모토로라가 빈자리를 차지했다.
화웨이 떠난 中시장…애플 수혜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이전까지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제재에 반발해 '애국 소비' 성향을 보였는데, 최근 들어 사그라드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며 "구형 모델 가격이 내려가면서 아이폰이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 가시권 안으로 들어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0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비보(Vivo)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이 올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3의 판매 호조와 함께 구형 모델들이 선전한 덕이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지위를 유일하게 대체할 수 있는 업체로, 화웨이가 없어진 시장에서 가장 이득을 봤다"며 "중국 업체들은 아직 브랜드 인지도나 제품 성능 측면에서 애플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높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저가는 샤오미, 프리미엄은 애플
중국과 함께 화웨이의 주력 시장이었던 유럽은 샤오미와 애플이 점유율을 늘렸다. 중저가대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1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이 선전하는 구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23.6%로, 전년 동기(15.5%) 대비 8.1%포인트(P) 올랐다.
애플은 점유율이 22.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35.8%에서 30.4%로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화웨이의 점유율도 8.1%에서 0.5%로 감소했다.
LG전자의 주력 시장이었던 북미에서는 모토로라가 LG전자의 점유율을 흡수했다. 북미 지역에서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LG전자의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기준 LG전자의 점유율은 12%에서 올 9월 0% 수준으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모토로라는 4%에서 7%로 점유율을 늘렸다. 중국 제조사가 정치적 요인으로 미국 시장 진입이 막힌 가운데, 중저가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