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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가 이끌던 대상포진 백신,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 2022.03.30(수) 07:00

국내 대상포진백신 시장…MSD·SK바사 '양강구도'
GSK 이어 화이자·녹십자·아이진 등 후발주자로
"2027년 글로벌 시장 규모 8조…해외 진출 겨냥"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속속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나타나는 감염증이다.

현재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가 양강구도를 형성 중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가 출사표를 던지고,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와 GC녹십자, 차백신연구소, 아이진 등 국내 기업들이 연달아 뛰어들면서 대상포진 백신 춘추전국시대가 활짝 필 전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MSD vs SK바사, 올 하반기 GSK까지 가세

30일 업계에 따르면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국내에서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에 국내에서 허가받은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두 품목뿐이었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싱그릭스'의 출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접종 대상 범위가 기존 품목들보다 더 넓어서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병원성을 줄이거나 없앤 약독화 생백신으로, 만 50세 이상 성인에 한해 접종이 가능하다. 생백신이기 때문에 감염의 문제가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접종할 수 없다. 반면, 싱그릭스는 병원성을 제거한 불활화 사백신으로, 만 50세 이상 성인뿐만 아니라 만 18세 이상에서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에게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싱그릭스는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1회 접종이라는 차이가 있다. 접종대상범위에 있어서는 싱그릭스가 폭이 더 넓지만,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가 접종 편의성은 더 높다. 업계에서는 싱그릭스가 기존 두 품목에서 접종이 불가능했던 면역력 저하 성인을 대상으로 한 틈새공략으로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이자·녹십자 등 국내외 제약사 후발주자로 도전

여기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올해 각각 mRNA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대상포진 백신 개발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을 공동개발한 바이오엔텍과 함께 올 하반기에 대상포진 백신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지난달 신규 mRNA 파이프라인에 수두-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을 추가했다. 

아울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는 미국 자회사 큐레보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 'CRV-101'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시리즈A 펀딩을 통해 600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해당 자금을 차세대 대상포진의 임상2b상(2상 후기)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차백신연구소는 올해 상반기에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의 국내 임상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당초 차백신연구소는 지난해 8월 임상1상을 신청했다가 식약처로부터 요청받은 보완자료 확보가 지연되면서 임상신청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 회사는 오는 4월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하면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기업 아이진은 지난달 한국비엠아이와 대상포진 백신 'EG-HZ'의 국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공동개발에 나섰다. 후속 임상과 연구개발은 한국비엠아이가 맡고 아이진은 원부자재 공급과 기술적인 부분들을 지원한다. 아이진은 국내에 이어 해외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다. 

2027년 8조원으로 급성장…글로벌 시장 진출 겨냥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약 75만명으로, 매년 환자수가 약 2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60대 이후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급성장이 가장 큰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지난해 35억8000만 달러(약 4조3700억원)로, 오는 2027년에는 67억1000만 달러(약 8조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국내 시장에서 나아가 글로벌 진출을 고려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코로나 백신 개발 등으로 대상포진 백신의 해외 진출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해외 인허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터키 보건당국으로부터 우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획득하면서 자체 개발 백신 수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녹십자 역시 미국 자회사인 큐레보를 통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비해 개발된 제품이 거의 없어 해외에서는 조스터박스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이 워낙 큰 만큼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대상포진 백신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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