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와 MSD '조스타박스'의 2파전이던 국내 대상포진 백신 경쟁구도가 올해 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 출시로 3파전에 돌입한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가예방접종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가 활성화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피부에 발진 및 물집 형태의 병변과 함께 통증을 동반한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개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눈 등 머리 쪽으로 올 경우 실명 위험이 있으며 치료 후에도 신경통 등의 후유증이 지속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질병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대상포진 백신은 2012년 출시한 MSD의 조스타박스와 2017년 출시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2개다. 두 제품은 모두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한 생백신으로 1차 접종으로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조스타박스가 60%, 스카이조스타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비급여여서 병의원별로 가격대가 다르다. 조스타박스는 15만~20만원대, 스카이조스터는 10만~15만원대로 조스타박스가 조금 더 비싸다.
여기에 오는 12월 GSK의 '싱그릭스'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싱그릭스는 1차 접종 후 2~6개월 사이에 한 번 더 백신을 맞아야 하는 2차 접종 백신이다. 싱그릭스는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와는 달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한 사백신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생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도 접종이 가능하다. 가격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지만 기존 백신 대비 2~3배 높을 전망이다. [관련 기사: '빅2'가 이끌던 대상포진 백신,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가격이 높고 2차례 접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조스타박스 대비 우수한 대상포진 예방 효과와 접종 대상 범위가 넓어 싱그릭스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조스터박스와 스카이조스터의 예방률은 50세 이상 환자에서 50%대 수준이었던 반면, 싱그릭스는 무려 97%에 달하는 임상결과를 보였다. 70세 이상에서도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는 41%였지만 싱그릭스의 예방효과는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싱그릭스는 대상포진 후 나타나는 신경통 예방효과도 50세 이상에서 91%, 70세 이상에서 89%로 확인됐다. 이런 장점으로 싱그릭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무려 98%에 달하며 올 상반기 매출만 2조원이 넘는다. GSK는 과거 조스타박스 판매를 맡았던 GC녹십자와 광동제약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독감백신의 경우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생후 6개월부터 만 13세 이하 어린이, 만 65세 이상, 임신부 등은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상포진 백신은 아직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있지 않고 일부 지자체에서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전 '만 65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상포진 환자는 연간 약 7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젊은층 보다 만 65세 이상 발병률이 무려 8배 이상에 달한다. 특히 대상포진은 심할 경우 실명, 청력상실, 배뇨장애, 사지마비 등의 위험이 있고 합병증인 신경통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뿐만 아니라 한 번 걸리면 다시 걸리지 않는 수두와 달리 대상포진은 한 번 발병한 이후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국가예방접종사업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미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수년째 계류 중"이라며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할 경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