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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개인회사 케이큐브, 첫 법인세 낸 사연 

  • 2022.04.12(화) 16:32

카카오 지분매각에 3000억 첫 흑자
김범수 기부 재원 마련…변화 촉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기업. 카카오의 2대 주주(작년말 기준 10.55%). 김 창업자가 카카오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을 갖는데 없어선 안될 존재. 한때 김 창업자의 동생 및 처가 식구들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가족회사. 

케이큐브(K CUBE)홀딩스를 대략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 회사는 김 창업자가 옛 NHN 한게임에서 홀연히 나와 2007년 설립한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내던 결손 기업이라는 것도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랬던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확연히 달라졌다. 김 창업자가 '재산 절반 기부'를 약속한 것을 계기로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한 것이 재무제표 상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라 관심을 모은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케이큐브, 카카오 주식 매각액 손익계산서 반영

12일 케이큐브홀딩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955억원으로 전년 11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회사가 흑자를 낸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이나 마케팅 대행업, 부동산 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올려놓았으나 이렇다 할 사업이 없다. 이로 인해 본연의 영업활동으로 거둔 수익이라 할 것이 그동안 미미한 수준이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3000억원에 육박한 대규모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김 창업자의 '재산 절반 기부'와 관련이 있다. 김 창업자는 작년초 카카오 전 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작년 4월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 가운데 173만여주를 주당 11만5700원, 총 2000억원에 매각했다. 김 의장이 사회 단체나 가족들에게 기부 및 증여 목적으로 카카오 주식을 털어낸 적은 있으나 현금화를 위해 처분한 적은 처음이었다. 

같은 시기 케이큐브홀딩스도 카카오 보유 주식 일부인 259만주를 3000억원에 매도했다. 케이큐브홀딩스 역시 사회단체 증여 등을 위해 카카오 주식을 활용한 적이 몇차례 있으나 대규모 처분은 여태껏 없었다. 

주요 보유자산 카카오 주식 가치 5.4조원 달해

금융업체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카오 주식을 매각하면서 손익계산서 상 수치가 큰 폭으로 뛰었다. 매도가능증권으로 잡아놓은 카카오 주식 처분이익이 영업수익에 고스란히 잡힌 것이다. 

매도가능증권은 기업이 단기간 내 매각하거나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이 아닌 증권을 말한다. 이를 실제로 팔아 장부가 대비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면 처분손익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 내역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작년말 기준으로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15개 정도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증권사 펀드 상품 등을 갖고 있는데 이를 모두 매도가능 계정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장부가액으로 따지면 작년말 기준 매도가능증권 가치는 5조45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카카오 주식 가치가 5조29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카카오 지분 처분에 힘입어 케이큐브홀딩스의 작년 영업수익은 전년 175억원보다 무려 18배 급증한 3085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이익률은 무려 96%의 경이로운 수준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179억원으로 전년 59억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모처럼 영업익에 법인세 787억 납부

매년 영업손실을 거둬온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난해 모처럼 영업이익을 내면서 법인세 납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케이큐브홀딩스가 손익계산서 상 잡아놓은 법인세는 787억원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분을 다량 보유해온 만큼 배당이 주 수입원이나 다름 없었으나 결손기업이라 그동안 배당 수입에 대한 법인세를 별도로 내지 않았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김 창업자를 비롯해 그의 친인척들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만큼 말많고 탈많은 회사였다.

특히 2020년 김 창업자의 두 자녀가 나란히 이 회사 직원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국세청이 케이큐브홀딩스를 대상으로 세무 조사에 착수했고 9월 공정거래위원회도 자료 누락 등의 이유로 직권조사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케이큐브홀딩스의 모처럼 달라진 재무제표 수치만큼이나 경영진의 변동에도 관심이 모인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 8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케이큐브임팩트란 경영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아울러 그해 말에는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계열사 티포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하면서 정리하기도 했다.

계열재편과 함께 경영 체제도 바꿨다. 2020년 말에 김 창업자의 동생 화영씨가 7년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사내이사인 김탁흥 씨가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됐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출석하면서 케이큐브홀딩스의 적극적인 쇄신을 약속했다. 케이큐브홀딩스를 가족 형태의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 창업자의 재산 기부가 촉발한 케이큐브홀딩스의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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