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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빅딜 큰 변수는 'EU·중국 목소리'

  • 2022.05.27(금) 15:03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승인 늦어져
미국·EU·중국 등 6개국 승인 받아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아직 결정을 내린 해외 경쟁당국이 한 곳도 없다. 해외노선을 운항하는 만큼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 두 기업 간 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점 사안들을 꼼꼼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EU(유럽연합)와 중국 측을 가장 큰 변수로 꼽는다. EU는 최근 기업 결합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불허 승인을 낸 이력이 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 주도로 결성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것을 두고 반발성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깐깐해진 EU, LCC 의견도 청취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 EU, 일본, 중국 등 4개국과 임의신고 국가인 영국, 호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필수 신고 국가 중 한 국가라도 기업 결합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업계에선 6개국 중 결합 승인에 가장 난관이 예상되는 곳으로 EU와 중국을 꼽는다. 양측 모두 필수신고라 무조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EU는 독점 발생 우려를 근거로 기업 결합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EU의 반대로 외항사 간 항공 빅딜이 무산된 사례가 2건이나 된다. 

지난해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은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EU는 경쟁 제한성 우려를 이유로 두 기업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에어캐나다는 이 승인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같은해 스페인 항공사 이베리아항공의 지주사 IAG가 에어유로파를 인수하는 것도 불허했다. 심지어 IAG가 독점 해소를 위해 신규 진입 항공사를 유치해왔음에도 EU는 반대표를 던졌다.

우리나라 기업이 EU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도 있다. EU는 지난 1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LNG선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최근 반대한 기업결합 건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최근 그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마 대한항공도 EU의 결정에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EU는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업계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대한항공이 국내 LCC가 유럽 노선에 취항하면 독점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기를 보유 중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했거나 계획 중에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EU와 지난 3월엔 이메일로, 이달 23일엔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며 "티웨이항공은 파리, 로마 등 취항을 검토 중인데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EU가 국내 LCC 업계와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본다"며 "결국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지 물은 것이고 LCC 업계도 적극적으로 취항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EU가 우려하는 독점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어디로 튈지 모른다"

중국도 변수다. 미국과 중국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번 기업결합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 23일 미국이 주도로 결성된 IPEF 참여를 선언했다. IPEF는 미국 주도로 결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경제협력단체다. 중국이 결성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다. 현재 IPEF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3개국이 참여를 선언했다. 

황용식 교수는 "중국이 직접적으로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반발하진 않겠지만 독점 사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에 불허를 내릴 수 있다"며 "'이렇게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드 사태를 떠올리면 충분히 중국은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의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의 안보협의체) 참여 얘기도 계속 나오는 상황들이 중국 입장에선 마음에 들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국가다. 그래서 이번 기업결합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전사적 역량 집중"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대한항공은 이번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전사적 자원을 총 동원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팀을 운영 중"이라며 "지난 3월까지 기업결합심사 관련사 자문사 선임비용에 투입한 비용만 35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들이 우려하는 독점 사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진입 항공사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하는 국가는 미국, EU, 호주를 포함한 총 4개국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항공사 유치를 위해 최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하고 있다"며 "협력관계가 없던 경쟁사들에게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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