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도요타·폭스바겐·벤츠 등 글로벌 차량제조 및 부품기업이 컴퓨터 운영체재 리눅스를 운영하는 '리눅스 재단'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첨단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오픈소스 플랫폼 개발, 시스템 통합, 테스트 자동화 등을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기업 바이두와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 웹서비스도 각각 지능형 자동차용 OS(Operating System·운영체제) 개발에 나섰다. 글로벌 IT 기업과 자동차 업계가 공동 진행하는 모빌리티 연구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보고서(주간기술동향 2050호)에 따르면 최근 지능형 자동차 연구를 위한 오픈소스 플랫폼 개발 조직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해당 조직엔 자동차 제조·부품 기업뿐만 아니라 IT기업도 함께 참여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대표적인 예로 리눅스 재단의 '오토모티브 그레이드 리눅스(AGL)'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AGL엔 현재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 인텔, 퀄컴,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양한 산업계의 기업 약 150개가 참여 중이다. 이들은 누구나 개발에 동참할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AGL은 첨단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전 분야를 다룬다는 의지다. 표준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과 가상화 기술,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앱 기술, 보안, 시스템 통합, 테스트 자동화 등으로 전방위적인 연구에 나섰다.
여러 기업이 지능형 자동차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최근 해당 업계의 경쟁 구도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 분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단순히 자율주행자동차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통합 앱 하나만으로 지하철, 버스, 공유 킥보드, 차량 대여 등 여러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고 업계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모빌리티 관련 기술은 스마트카, 커넥티드카로 이어지는 지능형 차량 서비스 개발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MaaS 산업으로 발전하며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융합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모빌리티 분야에는 기존 차량 제조사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 전용 소자 기술, 차량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 등에 대규모 기술 개발과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위한 오픈 플랫폼 '아폴로' 프로젝트를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현재 아폴로엔 135개 기업이 참여해 개발자 약 8만명이 투입됐다. 아폴로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인지와 고해상 지도, 위치 파악, 예측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플랫폼을 적용한 로봇택시, 발렛 주차, 미니버스 등의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 웹서비스 등이 참여한 '오토웨어' 컨소시엄 역시 스마트 자동차 운영체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토웨어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목표로, 오픈소스 형태 개발자 키트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 자동차 연구 컨소시엄이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빠른 생태계 구축 때문이다. 과거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과 같은 이유다. 당시 안드로이드OS를 바탕으로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고 생태계 역시 빠르게 만들어졌다. 지능형 자동차 연구 프로젝트 역시 플랫폼 등을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해 비슷한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바탕으로 스마트 자동차 개발 속도는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기술 선진국들은 커넥티드카 개발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며 오픈소스 개발 활동과 기업간 전략적인 협력으로 기술 발전을 가속화한다"며 "향후 급성장할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 산업과 개발 인력 양성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