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방산·철도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다. 과거 매각설이 나돌 정도로 경영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철도의 저가 수주를 줄이는 동시에 방산의 수출은 늘리면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2020년부터 현대로템을 이끌고 있는 이용배 사장이 있다. 현대차 재무통 출신인 그는 현대로템의 부실을 털어내고 안정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7년 1분기 이후 최대 영업이익
지난 2분기 연결기준 현대로템의 매출은 71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 증가했다. 내실은 더 좋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14억원으로 99.4% 증가했다. 이는 2017년 1분기(348억원) 이후 최대 영업이익이다.
내실은 좋아졌지만 업종 특성상 마진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지난 2분기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은 3.9% 수준이다.
미래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잔고는 소폭 감소했다. 지난 6월 수주잔고는 9조5229억원으로 작년 말(10조1649억원)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2020년말 수주잔고(9조250억원)와 비교하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지난달 폴란드 군비청과 대규모 K2 전차 계약을 맺으면서 향후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금성 자산 6000억 육박
지난 6월 기준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235.7%)과 유동비율(127.7%) 등도 안정적이다. 현금성 자산도 여유가 생기고 있다. 지난 6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969억원으로 작년 말(3197억원)보다 86% 이상 늘었다.
재무적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5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2020년 이후 약 2년만에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이다.
부채비율 안정화된 비결
현대로템의 그간 실적은 들쭉날쭉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1928억원, 2016년 1062억원, 2107년 454억원, 2018년 –1962억원, 2019년 –2799억원, 2020년 821억원, 2021년 802억원 등으로 이어졌다. 2020년과 2021년엔 연이어 매각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2020년 1월 현대로템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이를 이끈 것이 2020년 3월 취임한 이용배 사장이다. 그는 현대차에서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을 맡은 재무통으로, 현대위아 기획담당 부사장과 현대차증권 사장 등을 거쳐 현대로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이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2020년 의왕시 부지 매각(878억원)과 비주력 사업부인 그린에어 지분 매각(812억원) 등으로 17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토지 자산 재평가(3419억원)와 전환사채의 자본전환(2400억원) 등으로 자본을 늘리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벌였다. 이 덕분에 2019년말 362.6%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200%대로 떨어졌다.
철도 부문의 적자를 끊어낸 것도 눈에 띈다. 철도부문의 영업손실은 2018년 471억원, 2019년 2595억원 등으로 회사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 사장은 "저가수주 근절, 생산효율 향상 등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