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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바이오 공시 오류 유감

  • 2022.08.22(월) 11:30

바이오 업계, 연이은 공시 부주의 논란
신뢰 회복 위해 공시 투명성 강화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바이오 업종은 투자자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했던 지난해 전체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에서 바이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지만, 바이오 업종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22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4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시총 1위 대장주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다.

문제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바이오 업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유독 크다. 바이오 기업이 공시한 내용은 난해한 전문 용어로 가득하다. 수익구조가 뚜렷하지 않은 업종 특성상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가치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투자의 중요한 판단 근거인 통계치나 기술이전 계약 관련 내용도 학회 엠바고나 영업기밀을 내세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의 단순한 공시 오류는 고의성이 없다면 금융당국도 눈감아준다.

최근 취재 중 알테오젠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금액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지난해 253억원의 연구개발비 중 7조7259억원을 자산으로 회계 처리했다. 한 해 연구개발비의 305배에 달하는 금액을 자산화한 셈이다. 개발비 세부내역을 보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개발비를 알테오젠이 77억2594만원,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28억8437만원 자산화한 것으로 돼 있다. 회사 측에 문의한 결과 금액 단위를 잘못 쓴 단순 기재 오류로 확인됐다.

앞서 압타바이오도 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압타바이오는 지난달 29일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15'의 임상2상 톱라인 결과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가짜 약(위약군) 대비 전체 투약군의 1차 평가지표(UACR)를 비교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다만 회사는 '중증 환자'와 약을 제대로 먹은 '약물 순응군' 등 하위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선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임상2상 성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임상 설계에서 1차 지표로 설정하지 않은 하위 분석 결과 공시로 투자자 판단을 호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공시엔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대해 매우 긍정적임"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투자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선 공시가 제한된다. 지침과 달리 압타바이오가 자의적으로 기술수출 가능성을 판단해 공시한 것이다. 또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은 계약 상대방의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계약상 비밀을 유지해야 하면 거래소와 사전 협의해 공시유보를 신청해야 하지만, 관련 내용도 빠졌다.

공시 논란은 이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만 18건이다. 전체 65건 중 28%를 차지한다. 고의로 공시를 늦추거나 임상 결과를 부풀리는 사례도 흔하다. HLB, 한올바이오파마, 메지온 등의 기업이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으나 다른 지표에서 약효를 확인했다고 발표해 투자자 혼란을 부추긴 바 있다. 코로나19 초기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현재 임상 중단을 공시한 기업은 많지 않다.

공시는 중요한 경영 활동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금융사에 직접적인 접근 권한이 없는 개인 투자자는 공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보 비대칭 해소가 공시의 취지인 만큼 정확도가 중요하다. 적어도 상장 기업이라면 신뢰성 있는 공시를 위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상의 중단이나 실패 가능성이 생기면 빠르게 알려야 하고 작은 오류라도 바로잡는 게 맞다. 특히 부정확한 공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실제 압타바이오의 공시 이후 주가는 2만7600원까지 치솟았지만, 논란이 일면서 19일 종가기준 1만8250원으로 급락한 상태다.

올 초 거래소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놨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 공시 기준이 강화됐다. 품목허가 범위와 기술이전 계약 내용도 보다 세분화됐다. 바이오 기업의 부실 공시 행태를 근절하고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정안만으론 개인 투자자의 합리적인 결정을 돕기 위한 제반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 기업이 제출한 공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거래소가 일일이 검사할 수도 없다. 거래소 역할은 향후 공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때 제재하는 정도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이미 주가 띄우기에 혈안이 된 일부 기업으로 인해 신뢰도 하락을 겪었다. 요즘엔 바이오 업계의 주가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상 환자 등록만으로도 주가가 올랐던 이전과 달리, 최근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어도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망한 투자자의 마음을 다시 돌리려면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공시에 소홀할수록 해당 기업은 물론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희석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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