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 넘는 혈세를 투입하고도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지 못한채 경영권을 넘기면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은이 향후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는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고,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리스크를 안고 있어 헐값으로 단정짓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유통주식보다 더 많은 신주
이번 빅딜은 대우조선해양의 증자에 한화그룹이 단독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을 대상으로 2조원 규모인 신주 1억443만8643주를 발행한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1만9150원. 이는 기준주가(지난 1개월간·1주일간·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인 2만1235원보다 9.82% 할인된 가격이다.
10% 가까이 저렴하게 신주를 받게 됐지만, 현재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기준가격보다 낮은 1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할인 효과'가 이미 사라진 셈이다. 한화의 인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지난 26일 장중에 2만6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주식 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바로 떨어졌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수는 1억727만4462주(자기주식 1만6207주 제외)다. 거래되고 있는 주식보다 더 많은 신주가 시장에 풀리는 것이다. 기존 주주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55.7%에서 28.2%로 줄어든다.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도 희석되기는 마찬가지다.
추가 혈세 지원 부담에 한화 자본 수혈
산은 입장에선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부실이 누적된 회사 주식을 살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손실이 이어지면서 추가 수혈이 시급해지자 산은은 외부 투자 유치로 선회했다. 더이상 '혈세'를 투입하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산은은 헐값 논란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헐값매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각이 아니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조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과 한도대출 등을 포함해 4조1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에선 지원 규모가 8조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 자금은 2조원을 투자받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앞으로 오르게 되면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웃돈 못받은 산은…리스크 안은 한화
산은의 해명대로 이번 빅딜은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자본 확충이지만, 단순히 '외부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만 보긴 어렵다. 이번 '신규 자본 확충'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이 한화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빅딜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붙은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은 사실상 '0원'이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팔땐 웃돈을 붙이지만 부실 기업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산은은 2001년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졸업한 뒤부터 21년간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했다. 2008년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2억원에 매각할 기회를 놓쳤고,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려는 시도도 막판에 무산됐다. 외부 매각도 경영 정상화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결국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한 채 대우조선해양의 '키'를 한화에 넘기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지 않고 대우해양조선을 인수했지만, 향후 추가 지원에 대한 리스크는 안고 있다. 단기간에 조선업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한화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지고, 그룹 전반으로 자금 지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외부 자금 유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