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전(원리)과 제형의 편두통 치료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강(콧속)으로 분무하는 편두통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기존 편두통 치료제들보다 투약 편의성을 높인 데다 부작용까지 줄인 약물로 알려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FDA가 미국 화이자의 비강 분무형 급성 편두통 치료제 '자브즈프렛'(성분명 자게르판트)을 품목허가했습니다. 임상3상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위약보다 통증 완화율을 개선했고요. 자브즈프렛 투약 환자 10명 중 4명에서 2시간 내로 편두통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미각장애, 메스꺼움, 구토 등 흔한 부작용 외에 내약성과 안전성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화이자는 오는 7월 자브즈프렛을 미국시장에서 출시할 계획입니다.
편두통은 머리 혈관 기능 이상으로 갑자기 또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입니다.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로 전 세계 약 10억명이 편두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람마다 빈도나 강도 차이가 큰데 심할 경우 당장 통증을 해결할 약물 치료가 필수입니다.
기존 편두통 치료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등 트립탄 계열 약물이 주로 쓰였습니다. 이들 약물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초기 통증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관상동맥 경련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복용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사용 시 내성이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자브즈프렛은 편두통 유발에 관여하는 통증 신호 물질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CGRP)'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입니다. 트립탄 계열 약물 복용이 어렵거나 해당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편두통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편두통 치료제 시장은 CGRP 계열 약물로 재편되는 추세이고요. 지난 2018년 이후 FDA 허가를 받은 편두통 예방·치료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CGRP 계열 편두통 예방·치료제로 △암젠·노바티스의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뉴맙) △일라이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애브비의 '우브렐비'(성분명 유브로게판트) △화이자의 '누르텍'(성분명 리메게판트) 등이 있습니다. 다만 에이모빅, 아조비, 앰겔러티는 주사제이고요. 우브렐과 비누르텍은 경구제(먹는약)입니다.
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 가운데 비강 분무형 치료제로 승인받은 건 자브즈프렛이 최초입니다. 어지러움이나 구토 증상을 동반하는 편두통 환자는 경구제 복용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코에 뿌리는 방식이 환자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죠. 또 분무제는 다른 제형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 자브즈프렛은 임상3상에서 15분 내로 효과가 나타나는 속효성을 확인했습니다.
전 세계 편두통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편두통이 가벼운 질환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급여 적용 범위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편두통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29억1000만달러(약 4조원)에서 매년 15.6%씩 성장해 2030년 108억6000만 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편두통 치료제 개발보다는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제품을 유통하거나 위탁생산(CMO)하는 방식으로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일동제약은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편두통 치료제 '레이보우'(성분명 라스미디탄)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출시했고요. 셀트리온은 지난해 테바와 아조비에 대한 원료의약품 CMO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번 자브즈프렛 허가로 편두통 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