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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독이라고? 지금은 약입니다

  • 2023.03.28(화) 16:04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게임으로 ADHD 치료…당국승인·의사처방 등 엄연한 의약품
DTx 시장, 매년 20% 고성장…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도 등장

게임 중독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곤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019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 국제질병분류(ICD)에 반영했다. 이랬던 게임이 최근에는 질병을 치료하는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디지털전환이 불러온 새로운 풍경이다.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인데버RX'가 대표적이다. 인데버 알엑스는 보트를 타고 함정을 피하며 경주를 하는 컴퓨터 게임이다. 지난 2020년 최초의 게임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게임 속 코스를 탐색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산만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에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은 8~12세 아동 348명을 대상으로 하루 25분간, 주 5회, 4주 동안 게임을 하는 임상을 진행한 결과, 아동의 36%에서 주의력이 향상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새로운 방식의 소프트웨어 치료제 등장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디지털 치료제'(DTx)라고 부른다. 게임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앱), 가상현실(VR) 등 형태도 다양하다. 행동 교정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인지 장애 등 정신 질환과 생활 습관이 중요한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DTx가 개발되고 있다.

치료제인 만큼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의약품과 동일한 임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임상을 통해 치료 개입 효과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치료용으로 쓰일 경우 의료진의 처방 역시 필수다.

기존 치료제와 디지털치료제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DTx는 기존 의약품을 대신할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먹거나 주사를 맞아 치료하는 기존 의약품은 체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와 달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DTx는 독성이나 내성, 중독 등의 부작용 우려가 적은 편이다. 또 기존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해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환자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성장 DTx 시장, 국내 기업도 속속 진출

세계적으로 DTx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만성질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DTx의 유용성이 부각됐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세계 DTx 시장은 2022년 38억8000만달러(약 5조원)에서 연평균 20.5%씩 성장해 2030년 173억4000만달러(약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20개 이상의 DTx가 FDA 허가를 받았다. 반면 국내 DTx 분야는 이제 막 열리는 단계다. 지난달 국산 1호 DTx가 탄생했다. 에임메드가 개발한 '솜즈'가 그 주인공이다. 솜즈는 불면증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로, 지난달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Tx 승인을 받았다.

다른 기업도 임상을 한창 진행 중이다.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 숨튼', 웰트의 '필로우Rx', 뉴냅스의 '뉴냅비전', 하이의 '엥자이렉스', 메디마인드의 '알코테라', 이모코그의 '코그테라' 등이 국내에서 DTx 확증임상 승인을 받았다.

제약사들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DTx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말 하이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한독은 2021년 웰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DTx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DTx 개발 기업 디지털팜에 KT와 합작 투자를 단행, DTx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풀어야할 과제들

다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DTx를 활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다. 아직 DTx는 행위수가 자체가 없는 새로운 영역이라 건강보험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에서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DTx를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DTx는 의료진의 처방과 복약지도가 필수적인데, 앱이나 온라인상에서 환자가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의료진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이용하는 방식의 DTx의 경우 환자가 자의적으로 질환을 판단해 자가 치료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기술의 변화에 맞춰 관련 정책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허가와 심사 외에도 DTx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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