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직접 만들거나 기기를 다뤄 제품을 만드는 게 익숙했던 공장의 모습이 점차 똑똑하게 바뀌고 있다. 뜯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음식물 속 불순물을 찾아내고 제품의 외양을 학습해 하자 여부를 빠르게 가려내는 등 공장이 더욱 스마트해졌다.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높은 초기 투자 비용으로 주저하는 기업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구독료를 내거나 종합 컨설팅을 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똑똑한 '매의 눈'을 장착한 공장
수많은 햇반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 때 엑스레이 기기에서 'NG' 표식이 뜨며 불량품을 찾아낸다. 기기가 햇반 속 이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불량 판정 받은 햇반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이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구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의 일부 모습이다.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식품업에서 상품을 개봉하지 않고도 하자를 찾아낼 수 있다.
현장에는 완제품의 외양을 학습해 제품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비전 검사기기'도 있었다. 미리 등록해놓은 사진과 실물을 인공지능이 비교·식별해 불량품을 가려내는 기기다.
아이폰의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술인 '페이스아이디(Face ID)'와 비슷한 기술이 공장에 적용됐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비전 검사기기의 작동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기기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손등의 모습을 학습시켰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보여줬는데 비전 검사기기는 같은 손임을 파악했다.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석하는 '딥러닝'으로 오른손을 학습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스마트공장 전환, 꼭 필요한 이유
스마트공장은 제품기획과 설계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제조 과정에 사물인터넷(IoT)·AI·빅데이터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말한다.
스마트공장과 일반적인 생산자동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능형'이다. 스마트공장은 빅데이터나 AI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든다. 생산자동화는 그런 기술의 적용 없이 제조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줄이고 기계가 이를 맡도록 하는 것에 그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석진산업'은 자동차용 헤드램프 부품과 리테이너(볼 베어링이나 롤러 베어링에서 볼이나 롤이 같은 간격을 유지하도록 끼워진 부품)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20년 제조실행시스템(MES)과 통계적공정관리(SPC) 등과 같은 스마트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공정 불량률은 19%, 재공 재고는 12% 각각 줄었고 시간당 생산량은 15% 늘었다.
스마트공정 도입으로 줄어들 것 같은 일자리는 오히려 늘었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중소기업벤처부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 1만2660개의 기업 현황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스마트공장 전환 기업들은 평균 1.5명의 고용 증가 효과를 냈다.
"로봇 빌려드립니다"
"알죠, 우리 현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걸. 근데 너무 비싸요. 저희와 같은 영세한 업자는 그럴 엄두가 안 나요."
공업용 기기의 부품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보니 스마트 공장으로 바꾸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스마트공장 전환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마트공장은 2만5039곳이다. 국내 대규모 공장 3500개, 중·소규모 공장 18만개에 비하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LG CNS는 로봇 구독서비스(RaaS)를 제공하고 있다. RaaS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처럼 매달 일정한 비용을 LG CNS에 지불하는 대신 계약 기간동안 로봇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LG CNS 관계자는 "예를 들어 설비 투자 비용에 100억원이 든다면 Raas를 통해 30~40%만 고객이 일시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월 단위로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라며 "대체로 5년 단위 계약자가 많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자동화 설비 컨설팅 서비스인 '이피씨(EPC)'를 제공하고 있다. EPC는 설계(Engineering)·조달(Procurement)·시공(Construction)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설계, 부품과 소재 조달, 공사를 한 번에 제공하는 형태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는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예쁜 옷을 입고 싶지만 그에 맞는 옷이 없을 때, 옷의 디자인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며 "설계 후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설비 공급 업체를 이어주는 것까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스마트공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공장 전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 봤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으로 바꿔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며 "스마트공장 기기 렌탈이나 컨설팅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그에 따른 결과가 전환율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