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사람, 즉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
박용인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의 말이다. 이는 반도체 업계 미래에 인공지능(AI) 분야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기회의 땅, 'AI'
박 사장의 발언처럼 반도체 업계는 최근 계속된 불황 탈출구로 AI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주력했던 D램 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박 사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반도체대전' 키노트 스피치에서 "지난해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총 전력은 340TWh(테라와트시)로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의 국가 전체 전력소모량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470TWh 정도 될 것 같고. 2030년엔 1000TWh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AI클라우드 구축을 위해 필요한 HBM은 기존 D램보다 10배 정도 비싸지만 AI 시장 성장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3E, DDR5램 등 AI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고성능 반도체 제품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HBM3E 샤인볼트와 함께 차세대 HBM4에 적용할 새로운 공정 기술 NCF를 소개했다. HBM3E 샤인볼트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최대 9.8Gbps의 성능을 제공한다. 이는 초당 최대 1.15TB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HBM3E 제품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HBM 업계에서 처음으로 TB(테라바이트) 벽을 넘은 것이다. 또한 HBM3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 규격을 기반으로 제품 호환성까지 확보했다. 또 지능형반도체(PIM) 기반 AI 가속기 카드 'GDDR6-AiM'도 공개했다. 이밖에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협력해 만든 AI용 반도체 팹리스 회사 사피온의 제품도 전시됐다.
AI 반도체 시장, 경쟁 시대 열렸다
박 사장은 AI 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와 달리 최근엔 AI 시장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의 발달과 더불어 데이터 처리 능력의 향상과 AI를 가동하는 알고리즘의 발달이 AI 시장 성장 속도를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박 사장은 "AI는 반도체가 기반이 돼야 구현할 수 있는데 최근 3나노 시대가 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산을 할 수 있게 됐고, AI를 활용하기에 충분한 하드웨어가 마련됐다"며 "현재 생성형 AI는 클라우드 AI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5G GPU카드 등 AI환경 구축을 위해 여러 회사들이 경쟁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3를 앞세워 AI용 GPU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HBM3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챗GPT 이후 HBM뿐만 아니라 AI클라우드 서버용 D램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AI에 필요한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