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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배터리의 원조 '바그다드 배터리'를 아시나요

  • 2024.03.10(일) 15:00

[테크따라잡기]
배터리 역사로 본 미래…기존 형태와 새로운 배터리 공존
2000년 전 인류 최초 배터리…1800년대 볼타전지가 '원형'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가 지난 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전시회엔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 주지사를 비롯해 각국 대사관 및 업계 최고경영진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배터리가 명실공히 국내 대표 산업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행사에선 배터리 제조기업 및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신기술을 선보였는데요. 차세대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기본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오늘은 배터리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삼성SDI 뉴스룸을 참고했어요.

인류 최초 배터리 역사

여러분, '배터리'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때가 언제인 줄 아시나요? 업계는 최초의 배터리가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 사이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물론 추정이긴 하나 근거가 있습니다. 1932년 이라크 국립박물관 소속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항아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14cm 높이의 진흙 항아리가 바그다드 근교에서 나왔는데요. 구조가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중앙에 직경 1cm 철심이 박혀있었고 그 철심을 중심으로 구리 테두리가 있었죠. 또 항아리 주둥이엔 타르, 즉 역청이 발려 단단하게 밀봉돼 있었습니다.

항아리 용도를 밝혀낸 사람은 독일 출신 고고학자 빌헬름 쾨니히(Wilhelm König)였습니다. 항아리 속 철심을 유심히 살피던 그는 철심이 녹이 슬었다기보다 산에 의해 부식된 모양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그다드 배터리 모형./자료=삼성SDI

그래서 그는 '이 항아리 안에 철을 녹일 정도의 산성도가 높은 용액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고 연구에 돌입, 이후 이 항아리가 배터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 항아리에 '바그다드 배터리'라는 이름을 붙여 논문을 내기도 했죠. 1930년대에도 배터리가 양극·음극·전해질로 구성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던 터라 이러한 논리가 뒷받침됐습니다.

그는 "해당 유물이 발견된 곳은 이라크 파르티아 왕조의 유적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인류 최초의 배터리는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 사이 파르티아 왕조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 겁니다.

배터리의 기원 '볼타 전지'

인류 최초의 배터리는 2000년 전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의 원형 '볼타 전지'가 만들어진 때는 1800년입니다. 이를 만든 이는 '배터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입니다.

사실은 단순한 해프닝이 발명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1786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해부학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는 한 논문을 발표하는데요. 

"동물의 근육에는 동물전기라고 부르는 생명의 기가 있다. 동물전기는 금속으로 근육이나 신경을 건드리면 작용한다"는 게 갈바니 교수의 주장이었습니다.
 
그가 죽은 개구리를 구리판 위에 올려놓고 나이프를 가져다 댈 때, 개구리를 구리철사에 매단 후 나이프를 갖다 댈 때마다 개구리 다리가 움찔하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관심을 가진 이가 바로 볼타입니다. 볼타는 직접 실험을 해봤지만, 예상과 달리 개구리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갈바니 교수의 실험 조건과 다른 것이 있다면 볼타는 구리판이 아닌 ‘철판’에 개구리를 올려놓고 실험을 했다는 점이었죠. 

이 결과를 보고 볼타는 '개구리 다리에 흐른 전류는 개구리 다리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금속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볼타 전지./자료=삼성SDI

볼타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배터리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볼타의 전지(Voltaic pile·Voltaic cell)'입니다. 볼타 전지는 아연·은(혹은 구리)·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쌓아 올린 형태를 갖췄습니다. 갈바니가 두 개의 다른 금속과 개구리의 체액을 이용한 것에서 기본 구성을 가져온 겁니다. 

볼타는 이 모형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을 직접 확인, 전기가 통하기 위해선 양극·음극·전해질의 역할을 하는 재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용되는 배터리의 기원은 이때 만들어지게 된 거죠.

산업으로 진화한 배터리

앞서 볼타가 만든 최초의 배터리는 부피와 무게가 상당했고, 실제 사용 시 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 탓에 산업으로까지 발전하진 못했습니다.

이에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존 프레더릭 다니엘(John Frederic Daniell)이 나섰습니다. 1836년경 다니엘은 볼타전지의 결점을 보완하고 화학전지를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양극·음극의 금속은 같지만 두 개의 극을 분리해 섞이지 않게 하고 양극과 음극의 전해질을 따로 사용하는 데 차별점이 있었습니다. 다니엘전지는 1.1볼트를 발생시켜 통신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처음 사용됐죠.

다음은 재충전이 가능한 '납축전지'의 탄생입니다. 이전까지 개발된 배터리는 화학반응이 일어난 후 영구적 방전상태가 됐기 때문에 재충전이 불가능한 1차 전지였는데요.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란테(Gaston Planté)가 실험 중 납을 묽은 황산에 넣어 전류를 통하게 하면 충전과 방전이 된다는 것을 발견, 충방전이 가능한 2차전지가 탄생하게 됩니다. 

또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건전지는 독일의 의사이자 발명가인 카를 가스너(Carl Gassner)가 만들어냈습니다. 건전지가 개발되기 전까지 주로 사용하던 다니엘전지는 '습식'이라, 내부 액체 전해질이 흘러 용기가 부식되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가스너는 전해질에 석고가루를 섞어 풀처럼 만들어 1888년 관련 특허를 출원합니다. 이후1896년 대량생산을 함으로써 건전지가 상용화된 겁니다.

이후 1991년 리튬이온배터리가 세상에 나오며 '가장 좋은 성능을 갖춘 배터리'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납축배터리는 지금까지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동용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고 건전지 수요도 여전히 공고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배터리가 나왔다고 다른 배터리가 사라진 적은 없다"며 "향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더라도 각 제품 특성에 맞는 응용처를 통해 시장이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전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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