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마주 앉았다. 성과급 갈등으로 이달 초 교섭이 최종 결렬된 이후 20여일 만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협상 재개의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해 향후 협상 흐름이 주목된다.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이날 노조와 약 1시간 30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초기업노조 등 노조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번 만남은 노조가 예고했던 '이재용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 성사됐다. 공동투쟁본부 내 3개 노조 중 하나인 전삼노는 당초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한 경영진 책임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돌입을 선언할 계획이었다. 보상 양극화를 규탄하는 메시지도 준비했다. 그러나 사측이 대화를 제안하자 지난 20일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강경 대응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며 협상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전 부회장은 "현재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요구사항을 포함해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필요하면 단기간 내 추가 면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즉각 조건을 제시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투본은 "해당 사안이 해결돼야 실질적인 교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과급 체계가 보상 양극화의 핵심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노조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에 기반한 현행 OPI 제도를 두고 "직원 누구도 계산식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등을 제외해 산정하는 구조로 비용 처리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인 산식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불신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갈등은 지난해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본격화됐다. 공투본은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등 3개 노조가 참여하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약 3개월간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OPI 상한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이후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 이상의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4월 집회를 시작으로 단계적 압박 수순도 예고한 상태다. 실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2024년 이후 2년 만이자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다.
다만 이번 면담을 계기로 교섭 재개 가능성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DS부문 최고 책임자가 직접 대화에 나선 점은 변화로 평가된다. 반면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입장차가 구조적인 만큼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조는 "교섭 재개 여부가 결정되면 조합원에게 공지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조직 안정성을 흔들고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