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 올림픽에서 확인된 한국 양궁 신화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해 한국 양궁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관측이다.
양궁을 통해 보여준 정 회장 경영 리더십의 핵심적인 요소는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등 세 가지다.
정 회장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대담하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담대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초기부터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이전의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정된다. 전 국가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제대회보다 더 피말리는 경쟁이라고 말한다.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강화했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미리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했다. 현재 양궁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은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로 이어진다.
이번 파리대회에서 3관왕 한 김우진 선수는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답했다.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양궁 훈련에 도입한 것도 정 회장이었다.
세계 최강 양궁 선수들의 실력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의 품질 및 성능이 조금 더 완벽해지고 선수들의 멘탈 강화 등 경기외적인 변수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리콘밸리의 신기술들을 도입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파리대회에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 기존 기술은 업그레이드하고, 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장비 등을 지원했다.
발생 가능한 극한의 환경까지 예상해 모든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은 기업과 다르지 않다. 거센 바람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강변에서 국가대표선발전을 치르고, 소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야구장과 축구장에서 실전 연습을 하게 하는 훈련 방식도 이렇게 탄생했다.
정 회장의 포용성도 돋보였다. 정 회장은 선수들과 격식없이 평소 식사를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기로 유명하다. 파리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녀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의선 회장을 언급한 것도 평소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 회장은 주요 국제 대회때마다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말이 아니라 실천적 리더십으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파리대회에서도 남자 개인전 경기를 앞두고 김우진 선수와 정 회장은 대화를 나눴다.
김우진 선수는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며 정의선 회장과의 대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제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LA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