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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④화석연료 부활 외친 트럼프…셈법 간단치 않은 정유·석화

  • 2025.01.31(금) 07:30

트럼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에너지 강국 위상 강화
유가 하락 기대 그 너머를 봐야…대응방안 지켜보는 정유업계
정부가 '위기' 선언한 석화업계… 글로벌 '치킨게임'이 더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친환경과의 작별을 고했다.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이른바 '화석연료 시대'의 부활이다.

정유·석화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한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마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이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천연자원 공급 기상도를 재편해 전면에 나설경우 미국과 경쟁하고 있던 중국에 더해 중동까지 가세해 시장 경쟁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정책 방향이 어떻게 구체화 하느냐에 따라 정유·석화 업계의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시 '화석연료' 강조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취임사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제는 미국 내 에너지를 개발하고 적극 수출해 에너지 강국으로의 면모를 되찾아오겠다는 게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 내 풍부한 화석연료를 적극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목표로 하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파리기후협장 탈퇴는 2026년 1월에 발효되는데 이 때까지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 나서며 본격적인 'Made in USA' 화석연료 생산 인프라를 갖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화석연료 공급을 얼마나 늘릴지는 아직 정확하게 산출되지는 않았지만, 유가 등 전 세계 에너지 자원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가장 주목받는 미국산 자원은 단연 석유다.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산유국인데, 제한적인 원유 시추에도 달성했던 기록이다. 미국이 생산량을 더 늘리면 전세계 유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에너지 자원 공급량 확대 의지를 내비친 점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유가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미국만 볼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정된 행보상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미소지을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원유를 사 정제해 판매하는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재료 하락은 곧 마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원재료 하락으로 인한 완제품 판매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지지만, 가격 자체가 줄어들어 수요를 끌어올리는 측면이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발 유가 하락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와 동시에 전 세계 주요 산유국 등의 행보에도 눈을 떼서는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하는 곳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하는 OPEC(석유수출기구)가입 국가 등 나머지 산유국들의 행보다. 이들이 유가 하락 방어를 위해 공급 조절에 나선다면 트럼프발 유가 하락을 제한 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본격화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모습이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가들의 행보 역시 따져본 후 전략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유가 향방보다는 글로벌 경기의 회복 등도 세심하게 따져볼 시기"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 석유 등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유가 하락 의미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석화업계,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 업계를 콕 찍어 '위기'라고 단정지었다. 국가에서 나서서 한 산업군에 대해 위기 진단을 내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총리는 지난달 23일 경제관계회의에 참석해 "석유화학산업은 가용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하게 사업재편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석유화학 업종의 경쟁력 강화 및 위기극복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는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중인 중국의 석유화학 업계가 공급량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중동 '오일머니' 국가들 역시 석유화학 관련 인프라를 대거 늘리면서 글로벌 '치킨게임'에 합류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공급 과잉은 못해도 2028년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보릿고개가 잠시가 아닌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유가 하락 시 에틸렌 생산 원가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업계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다른 관세정책 변화다. 대부분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석화업계로서는 달가울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중국과 중동의 물량공세를 버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가 흐름과 관세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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