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군용 헬기 성능개량사업을 두고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맞붙었다. 기술 개발 주도권을 강조하는 KAI에 대항해 30년 넘게 해당 기종을 정비해온 대한항공은 오랜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운용 지속성과 신뢰성을 들어 '유일한 사업자'로서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후 헬기 대상, 9600억 규모 프로젝트 놓고 맞불
이번 사업은 육군 UH-60P와 공군 HH-60P 등 총 36대의 노후 헬기를 대상으로 항공전자 장비 디지털화, 생존장비·통신체계 개선, 조종석 개량 등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수행하는 성능개량 프로젝트로 규모만 9613억원에 달한다.
계약 체결 이후 7년간 진행되며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까지 제안서 평가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헬기 성능개량에 그치지 않고 향후 20년 이상 운용될 전력 자산의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감항인증, 기술지원, 장기적인 정비·운용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정비와 개량, 한 틀서 이뤄져야" KAI는 "기술"
수주전에는 대한항공과 KAI가 참여했다. 두 회사는 각기 차별화된 사업 적합성을 주장하며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1년 UH-60 정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30여대를 창정비하며 해당 기종에 대한 기체 구조, 시스템 전반의 기술자료와 운용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확보해온 만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최초부터 퇴역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 온 사업자는 우리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정비와 개량을 분리하면 군 운용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가 성능개량까지 일괄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정비 과정에 포함되는 기체 구조 검사(E&I)를 수십 년간 수행해왔으며, 각 헬기의 고유 특성과 이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현장 적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KAI는 국산 헬기 개발 경험과 감항인증 역량, 원제작사 시콜스키와의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체계개발 주도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원제작사의 기술지원 없이도 독자 수행이 가능하다며 과도한 해외 의존은 오히려 국부 유출과 국내 기술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같은 구조는 대한항공이 내세우는 '기술 의존 최소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에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과 함께 참여해 특수작전용 조종·항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국산 설계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무인항공기 감항인증서를 처음으로 획득한 민간업체로, 군용 항공기 감항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지금까지 군과 미군 항공기를 포함해 약 5500여대를 정비했고 감항 관련 사업 역시 다수 경험했다.
"운용 지속성 과 신뢰성 더 중요"

대한항공은 실질적인 운용 환경과 유지 사이클에 대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비·개량·감항 등 일괄 수행이 가능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계 개발을 중심에 둔 KAI와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누가 개발 역량이 있느냐보다 실제 군이 운용할 수 있도록 지속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대한항공의 경우 기체 특성과 정비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해온 만큼 수주전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