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유독 잔인한 5월이 돌아왔다. 매년 5월이 되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이 부진했고 5월에는 주식을 팔라는 조언이 나올 정도다. 최근 코스피 랠리가 주춤해진 상황에서는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증시 '징크스'다.
전문가들도 계절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증시가 쉼 없이 오른 만큼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증시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양호한 성격의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
◇ 5월마다 꾸는 악몽
노동절 연휴와 함께 5월이 시작됐다. 증시에서는 어김없이 5월의 안 좋은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과거에는 5월을 전후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년 사이 5월에는 유로존 우려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국내외 증시를 뒤흔들었다.
LIG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25년간 전 세계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의 월평균 수익률 흐름을 보면 대개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상승한 후 6~9월에는 조정을 보여왔다. 코스피 역시 2010년~2014년까지 5월의 월평균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다.
▲ 기간별 월간 수익률 비교(출처:하나대투증권) |
이런 과거 통계에 더해 최근 코스피 지수가 2150선까지 꾸준히 오른 부분도 시장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오태동 LIG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오르면서) 계절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경계심이 커질 때"라고 판단했다.
이렇다보니 5월만 놓고 볼 때 기간조정을 예상하는 곳도 많아졌다. 그간의 다소 과열된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투자자의 고민은 조정 없이 상승 추세를 이어갈지 여부"라며 "당장 2200포인트를 추세적으로 뚫기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간 매수세를 이끈 외국인 입장에서도 고민이 되는 시점으로 매번 차익실현에 나섰던 15% 수익률에도 근접했다는 설명이다.
◇ 여전한 낙관론
그러나 증시 전반에 퍼진 낙관론의 기운도 여전히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겼지만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나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상승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주도주에 변함이 없고 증시가 실적 장세로 전환될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5년 예상이익이 6개월째 하향되지 않으면서 이익추정치 하향 추세가 마무리된 것은 물론 상향 추세로의 전환 판단을 고민할 만큼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이익 추정치 상향 추세가 특정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이익 하향세가 지속된 업종에서 나와 질적인 측면에서도 건강하다고 평가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 매수 규모가 7조5000억원에 달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할 수 있는 시점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 여전히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연초 외국인 투자는 지난 2013~2014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며 "아직 들어오지 않은 유동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2010년 이후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매수세를 형성했던 구간들을 살펴보면 한 사이클 당 평균적으로 12조5000억원 가량의 순매수를 진행해왔다"며 "경험적 측면에서 볼 때 40%에 가까운 추가 매수 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