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양적, 질적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코스피 3000 시대에 몸을 실었다.
다양한 상품 라인업으로 투자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부진한 공모펀드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펀드 시장 부진 속에서도 주식처럼 장내 거래가 가능한 ETF가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ETF 순자산총액은 52조원으로 2019년 말 51조7000억원에서 소폭 증가했고 종목 수도 450종목에서 468종목으로 늘어났다.
특히 국내 시장대표지수 상품의 자산 비중이 55.7%에서 42%로 감소한 반면 국내 업종섹터가 2.9%에서 7.5%로, 국내 채권형은 7.3%에서 10.6%로, 해외주식형은 4.5%에서 8.1%로 늘어나며 섹터 ETF들이 크게 성장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년 전 1조3000억원대에서 3조8000억원까지 뛰며 더욱 괄목할 만하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3월19일의 경우 14조원까지 치솟으며 같은 날 코스피 주식거래 대금(11조8000억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 같은 양적 성장과 더불어 시장 리스크는 줄어들고 상품성은 높아지면서 질적 성장을 이룬 것에도 주목했다.
ETF 신규 상장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관심이 저조한 종목을 상장폐지해 상품라인업이 정비됐고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쏠림 현상도 건전화 방안 시행을 통해 안정화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큰 관심을 모은 뉴딜 투자 ETF를 비롯, 헬스케어, 언택트, ESG 등 다양한 섹터에 투자하는 ETF가 쏟아졌다. 시장 대비 초과수익 추구 등 투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한 주식형 액티브 ETF도 순항 중이다.
특히 정부의 K-뉴딜정책에 부응해 상장한 뉴딜지수 기반 상품 수는 9개로 국내 업종섹터 76개 종목의 12%에 불과하지만 순자산가치 비중은 4조원에 육박한다. 순자산총액도 상장원본액 대비 약 8000억원 이상 증가해 수익률 면에서도 쏠쏠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수익률 상위 종목에는 레버리지 ETF가 상당수지만 KBSTAR헬스케어 ETF, KODEX 2차전지산업, TIGER 2차전지테마, KODEX 미국 FANG플러스가 90~100%의 수익률을 거뒀다.
거래소는 "작년 수익률 상하위 종목의 경우 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헬스케어, 2차전지, 미국FANG 상품 등 코로나19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신산업 관련 상품이 좋은 수익률을 나타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개인과 함께 외국인 투자 비중이 커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동학개미 열풍과 맞물려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38.6%에서 43%로 상승했고 국내 주식시장과는 달리 외국인 비중이 28.7%에서 37.8%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