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와 중국의 대표적인 차량호출서비스 기업인 그랩과 디디추싱이 잇달아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그러면서 이 두 기업에 모두 투자한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가 불과 3년여 만에 최소 2~3배의 차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는 2018년 이 펀드에 공동 투자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네이버에 진 '마음의 빚'도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양사는 2017년 5000억원 규모로 지분을 교환한 바 있는데, 그 이후 네이버 주가는 두 배 넘게 오른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그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동투자 펀드의 대박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의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미래에셋증권 투자한 그랩·디디추싱 나스닥행
16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명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최근 미국 투자회사인 알티미터캐피털이 만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알티미터그로스와 합병을 통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지난 2012년 차량 호출서비스 기업으로 등장한 그랩은 현재 음식 배달과 금융, 쇼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차량 호출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 역시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미래에셋증권이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네이버와 함께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공동으로 설정해 그랩 지분 1억 5000만달러(약 167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해 디디추싱에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0.5%를 보유 중이다.
◇ 미래에셋-네이버 펀드 최소 2~3배 차익 기대
투자 기업들의 연이은 뉴욕증시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 공동투자 펀드도 대박이 기대된다.
실제 최근 뉴욕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지난 3월 공모가 35달러(약 3만 9000원)에 뉴욕증시에 상장했는데 상장 직후 주가가 최고 69달러(약 7만 7000원)까지 올랐다.
그랩 역시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396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높은 가치다.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가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가 110억달러(약 12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 배 이상의 차익이 기대된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도 최대 1000억달러(약 111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인 560억달러(약 62조원)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다.
◇ 미래에셋증권 주가에도 긍정적…네이버도 수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보통 비상장 기업들이 IPO에 나서면 이 기업에 투자한 상장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동 투자펀드의 대박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네이버도 미래에셋증권 못지않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의 지분가치 상승까지 덤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다.
양사는 2017년 6월 50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한 바 있다. 그 결과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지분 7.1%를,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지분 1.7%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네이버의 주가는 당시보다 2배 넘게 오른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4년 전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국내외 유니콘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서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은 부족한 신생기업을 발굴해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금융투자업의 본질이자 증권사와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