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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오일쇼크보다 훨씬 큰 위험 올 수 있다"

  • 2022.06.23(목) 10:54

퍼펙트 스톰 경고…'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 방점
정부 규제혁신 방침 동참…'금융규제 혁신지원 TF' 운영

주식과 원화, 채권값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이 가속화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오일쇼크 때보다 훨씬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는 진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금융시장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스태그플레이션)했던 오일쇼크 때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한다"며 "그러나 원자재 전반의 공급부족에다 수요급증은 가중되고, 정보통신·교통의 발달로 전세계 가치사슬(value chain)이 복잡하게 얽혀 위기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훨씬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오일쇼크는 1970년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의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하며 야기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을 말한다. 그런데도 금감원장은 현재 시장 상황을 이 오일쇼크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보며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미국은 1994년 이후 최대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들이 올해 성장 전망을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경제학자들은 1년내 침체 확률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높게 보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감원은 비바람속에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심경으로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이날 제시한 리스크 대응방안은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 △금융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지원 등 크게 3가지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내 증권사들은 대규모 ELS(유가연계증권)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원장은 "우선 건전성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회사의 취약부분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환율 급등으로 단기자금시장 및 회사채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유동성관리 실태점검을 강화하고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는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 나가도록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환 수급 여건 악화로 ELS 마진콜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특히 금리인상 충격으로 금융회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 또한 강조됐다. 이는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이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이상징후 조기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긴급 시장 지원방안을 마련해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속도감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융시장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금융규제에 대한 혁신 의지는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이 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근본적 경쟁력 지원에도 앞장서겠다"며 "정부의 규제혁신 방침에 적극 동참해 '금융규제 혁신지원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금융규제 혁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혁신산업과 기존 금융산업이 조화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또한 서민・취약계층이 금리인상,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과도한 상환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등 정책집행의 균형도 잃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박종규 금융연구원장과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박래정 LG경영연구원 부문장도 함께 참석했다. 

먼저 박 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의 대출자산 증가 및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로 이자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금리상승, 공급망 경색 등에 따른 경기둔화 위험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손실흡수능력 점검, 채무재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 및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단기간에 큰 폭 하락한 상황"이라며 "채권 및 외환시장에서도 불확실성 증대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므로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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