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또 자본시장법과 내부규정을 위반해 주식투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주식투자 제한 규정에 대한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과태료 부과나 감봉 등의 조치를 하는 기관이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과거에도 과도한 주식투자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비슷한 사례가 나오면서 감독기관으로서 금감원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 9명이 자본시장법과 내부규정을 위반해 주식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제9차 정례회의에서 이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면제했다. 지난 5월11일 이뤄진 이 의결은 이달 11일 공개됐다.
금감원 직원은 금융투자상품(이하 주식)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 금융감독기관으로서 시장의 핵심 정보를 일반인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데다 투자 기업의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재 및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는 자본시장법으로도 규정돼 있다. 자본시장법 제63조1항 제441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의 주식매매는 일련의 제한을 받는다. 주식투자시 자신의 명의로, 하나의 증권사만 선택해 역시 하나의 계좌로만 매매해야 하는 것이다. 계좌개설 사실과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소속기관에 밝히는 것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에게 그대로 준용된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 A는 하나의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이용하던 중 다른 증권사 2곳에 각각 계좌를 추가로 만들어 총 3개 계좌로 주식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A에게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했다.
다른 금감원 직원 B 역시 하나의 증권사 계좌에 주식을 보유하고도 다른 증권사에서 계좌를 또 개설해 주식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 C와 D는 각각 본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자기 계산으로 주식을 매매하고, 금감원에 계좌개설 사실은 신고했지만 분기별 매매명세를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직원 E와 F는 주식투자 이후 금감원에 계좌개설 사실과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했지만 매매거래 1건에 대한 보고는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이들 직원 B~E에게 일괄적으로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직원 F의 누락 거래는 100만원 미만인 1건으로 금융위는 "사소한 부주의에 의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과태료 부과를 면제했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 G와 H, I의 경우 주식투자 사실과 계좌개설 사실, 분기별 매매명세는 보고했지만, 1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은 누락해 문제가 됐다. 다만 금융위는 직원 G에게만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했다. 직원 H와 I에게는 또 과태료 부과를 면제했는데 H는 신입직원으로 최초 거래에서 위반 사실이 발생한 점, 이를 자진신고한 점 등이 참작 사유가 됐다. I의 경우 누락 거래 1건에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라는 점을 금융위는 면제 사유로 들었다.
금감원 임직원이 자본시장법 등을 어기고 주식투자를 해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최근 3년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주식투자로 징계와 경고·주의를 받은 금감원 직원은 121명에 달했다.
이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감독하고 제재하는 금감원이 정작 '집안 단속'에는 무능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란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밖으로는 칼을 휘둘러 대면서 금감원 스스로는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금융회사들도 금감원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