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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닮은 듯 하지만 확 다른 주식소각의 세계

  • 2023.03.07(화) 18:23

올해 상장사 소각 두배 급증'…감자 VS 이익소각
주총여는 카카오…자본금 '부동' 한국콜마홀딩스

최근 자사주를 불태워 없애겠다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앞서 우리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황기를 맞으면서 개인투자자 1000만명 시대를 열었죠.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커졌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입김도 세지고 있는데요. 맞물려 기업들도 주주환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에요.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소각이 대표적이죠.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30곳(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포함)으로 예년보다 크게 늘었어요. 이는 작년 같은 기간(15곳)의 2배, 2021년(6곳)의 5배 이르는 규모죠. 정말 많아졌죠. 

그런데 이들 공시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소각인데도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떤 기업은 소각을 하고도 자본금이 그대로인데, 또 다른 기업은 자본금이 쪼그라들죠. 주주총회에서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소각도 있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비슷하지만 다른' 자사주 소각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그래픽=비즈워치

같은 소각인데 '다른' 공시 이름

먼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들을 보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공시서류검색]-[공시통합검색] 메뉴를 클릭해야 해요. 여기서 상세조건을 열고 보고서명에 '주식소각결정'을 입력하면 소각을 마음먹은 기업들이 나오는데요. 

하나 더 있어요.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도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들이 하는 공시거든요. 통상 자사주 소각은 그 자체로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야 할 기업의 이벤트라 '주식소각결정'처럼 직관적인 이름으로 공시하는데요. 동시에 소각은 기업이 '감자'를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분류돼 이렇게 '감자결정'이라는 보고서로도 공시가 나가는 거예요. 

때문에 자사주를 소각하는 상장사를 알고 싶으면, '주식소각결정' 말고도 '감자결정'이란 키워드가 공시 검색에 필요해요. 그럼 지금부터 최근 상장사들이 실제 공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들의 차이점을 풀어볼게요. 

카카오가 주식소각 주총 승인 받는 이유

기업이 주식을 소각한다는 건 회계장부에서 해당 주식분을 아예 없애는 거예요. 발행주식은 줄어들고, 자본금도 감소하는데요. 발행주식수에 액면가를 곱한 값이 바로 자본금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자본금이 쪼그라드는 자사주 소각, 이를 감자소각이라고 불러요. 

그래픽=비즈워치

카카오가 지난달 22일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예요. 보고서명은 감자결정이지만, '7.감자방법'에서 보듯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는 내용이죠.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게 목적이고요. 

감자 규모는 발행주식의 0.43%(189만7411주)예요. 실제 감자가 이뤄지는 건 오는 5월 이후인데요. 공시 당일 종가(6만2200원)를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약 1180억원어치에요. 감자를 완료하면 카카오의 자본금은 약 1억9000만원 줄어 444억1900만원가량이 돼요. 액면가 100원은 그대로인데 발행주식을 줄이니 자본금이 감소하는 거죠. 

이번 소각 주식은 카카오가 지난 2018년 9월 카카오엠 흡수합병할 때 소멸회사 카카오엠 주주들에게 합병 대가로 준 카카오 신주의 일부예요. 즉, 당시 카카오엠의 최대주주 카카오가 소유지분 76.4%에 대해 받은 신주를 자사주로 갖고 있던 것이죠. 

마지막으로 감자는 자본금이 줄어드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주총회에서 허락을 받아야 해요. 카카오가 오는 27일 실시하는 2022사업연도 정기주총에서 '자기소각 소각의 건'에 대해 주주들의 승인 받으려는 까닭이죠. 

자본금 그대로 한국콜마홀딩스 이익소각

앞에서 주식을 소각하면 자본금이 줄어든다고 했죠. 그런데 자본금이 그대로인 소각도 있어요. 바로 이익소각인데요. 지난달 28일 한국콜마홀딩스가 공시한 '주식소각결정'을 통해 살펴볼게요. 

/그래픽=비즈워치

한국콜마홀딩스의 이번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19만1132주. 기존에 보유 중인 9만7500주와 지난달 28일~8월28일 6개월간 새롭게 취득하는 9만3632주를 합산한 수량이에요. 소각예정금액은 회사의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종가(1만6020원) 기준 30억6193만원. 

눈에 띄는 점은 기타 투자판단과 관련한 중요사항에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해놓은 부분이에요. 즉 자본금에는 변화가 없이 해당 주식만 사라지는 건데요. 앞서 설명한 카카오의 감자소각과는 다르게, 회사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는 건이라서예요. 이게 가능한 건 '상법 제343조 제1항 단서규정'에 의해서인데요.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으로 주식을 소각하면 자본금 감소가 없다고 규정한 법이죠. 

근데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자본금은 발행주식수에 액면가를 곱한 값이라고 했는데 이게 틀어지니까요. 그래서 이익소각을 한 기업은 그해 감사보고서에 '이익소각으로 발행주식수와 액면가를 곱한 금액이 자본금과 상이하다'는 문구를 반드시 기재해야 해요. 

이익소각은 감자소각처럼 주주총회를 따로 열어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어요. 이건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으로 주식을 소각하는 경우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다'는 증권거래법 제189조 제1항에 따른 것. 한국콜마홀딩스가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주주총회소집 공시를 별도로 내지 않은 까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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