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은 직장 상위에는 항상 금융권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증권사는 연봉 잘 주기로 유명한 직군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많은 젊은 세대들이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덩달아 증권사 취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비즈워치는 올해 3월 금융감독원에 정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22곳의 임원 및 직원의 평균보수를 들여다봤다. 전체 평균연봉을 단순 나열한 것이 아닌 임원과 직원, 성별에 따른 차이, 개인별 보수차이 등 세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권사 연봉구조를 분석했다. [편집자]
비즈워치가 12월 결산 증권사 22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개별 연봉내역을 공개한 미등기임원 54명의 순보수(퇴직급여 제외)는 총 1033억45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19억1400만원이다. 이는 등기임원(35명) 평균치인 15억5400만원보다 23.2% 높았다.
미등기임원은 이사회멤버(등기임원)는 아니지만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직급을 가진 이들로 흔히 '증권사 임원'으로 통칭하는 집단에 속한다.
54명의 순보수는 기본급 11.5%(1인당 평균 2억1900만원), 성과급 87.6%(1인당 평균 16억7700만원)로 이뤄져있다. 증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은 관리직 보단 철저한 성과 기반에 따라 급여를 받는 투자금융, 영업 직군이 대부분이란 얘기다.
특지 지난해 미등기 임원 연봉 상위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이 싹쓸이했다.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보수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부동산PF는 최근 부동산 시장 한파와 레고랜드 채권 디폴트 사태가 맞물려 부실 위험이 높아진 분야다. 그러나 유동성 파티 속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누린 2021년 사업연도 실적이 이번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면서 담당 임원에게 고액 성과급이 책정됐다.
CEO보다 많이 받은 하이투자 김진영 사장, 65억 수령
지난해 증권사 22곳 가운데 미등기 임원 연봉 1위는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이 차지했다. 김진영 사장의 지난해 순보수는 65억6700만원으로 미등기 임원 평균 대비 243.1%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김 사장의 1년 전 연봉(57억7500만원)도 업계 최상위급이었는데 이 보다 13.7% 인상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 증권사 임원(등기, 미등기 포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이다. 김 사장이 근무하는 하이투자증권의 홍원식 대표이사 사장 연봉(4억1000만원)은 물론 최고경영자(CEO) 연봉1위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55억1800만원)도 앞질렀다.
김진영 사장의 연봉 구성을 살펴보면 기본급은 3억원, 성과급은 62억5500만원이었다. 기본급은 전년과 동일했고 성과급이 14.5% 늘었다. 성과급 구성을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 성과로 인한 성과급 22억7400만원, 2021년 하반기 성과로 인한 성과급 12억3400만원을 받았다. 2018~2020년 3년치 이연 성과급도 27억4700만원이 추가됐다. 별도로 기타근로소득을 1200만원 수령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성과보수체계에 따라 이연성과급은 1년차 24%, 2년차 24%, 3년차 26%, 4년차 26%의 비율로 쪼개 수령했다.
김진영 사장이 이끄는 투자금융총괄은 부동산PF 사업을 맡고있다. 산하에 프로젝트금융부문, 프로젝트금융본부 등이 포진해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사업부문의 손익에서 지급률을 곱해 해당 부문의 성과급을 산출하고, 성과와 기여도, 위험대비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별 성과급을 산정한다고 밝혔다.
미등기 임원 연봉 2위도 부동산PF 담당 임원이다.
김기형 메리츠증권 기업금융사업부문장 사장으로 연봉총액 36억200만원이다. 1년전 연봉(29억300만원)보다 24.1% 올랐다.
기본급은 1년전과 같은 5억원이고 성과급이 29.5% 오른 30억7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성과급 구성을 살펴보면 2021년에 발생한 성과급과 2014~2020년 7년치 이연성과급이 포함돼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퇴직연금으로 적립된 성과급도 있지만 이 역시 액수가 공시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김기형 사장이 이끄는 기업금융사업부문은 세전이익과 영업익은 각각 목표치 대비 139% 초과달성 했다. 건전성 부문의 자산대비 손실비율은 0%였다. 또 PF자문·주선실적도 목표대비 168% 달성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김기형 사장에게 개인고과율 최고 등급을 줬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PF 담당 임원 고액연봉 상위권 싹쓸이
미등기임원 연봉총액 3위인 여은석 메리츠증권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 부사장은 34억7900만원을 받았다. 1년전 연봉(26억7800만원)보다 29.9%올랐다. 역시 기본급은 2억5000만원으로 전년과 같았지만. 성과급이 33.2% 오른 32억700만원으로 책정됐다.
메리츠증권은 여은석 부사장의 성과급 책정과 관련해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 부문에서 고루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우수 등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영업본부의 세전이익은 471억으로 목표대비 170%, 위험액대비 수익성은 59.6% 달성했다. 이밖에 자산대비 손실비율은 0%, PF 자문·주선 실적이 표대비 300% 달성했다.
뒤이어 오재용 하이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 상무보가 연봉총액 4위를 차지했다. 순보수는 34억6200만원을 받았으며 1년전(22억5500만원) 대비 44.1% 올랐다. 기본급은 1억4000만원로 같았으나, 성과급은 33억1600만원으로 전년대비 47.1% 증가했다.
방창진 한국투자증권 PF그룹장 전무도 33억1000만원을 수령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1년전(19억2000만원)보다 60.6% 올렸다. 기본급은 1억7100만원, 상여금 31억3900만원으로 각각 22.1%, 63.5%씩 상승했다.
이외에 안재우 BNK투자증권 부동산투자본부장 상무(32억5100만원), 최용석 한화투자증권 IB본부장 부사장(27억8800만원), 이원병 전 다올투자증권 개발금융사업본부장 상무(27억7300만원), 김영진 이베스트투자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 상무(27억4700만원), 박인준 하이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부문장 전무(26억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 이원병 상무는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하며 1억6700만원을 퇴직금으로 추가 수령했다.
상위권 10명의 공통점은 담당 직무가 '부동산 금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기업금융(IB) 사업부의 주된 먹거리로 부동산PF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부동산 시장 한파와 레고랜드 사태를 거치며 부동산PF가 증권업계 유동성 리스크의 뇌관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원 성과급 산정 과정에선 호황기였던 2021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즉시 지급분이 결정됐고, 과거 3년치 이연성과급도 누적됨에 따라 보수가 높게 책정됐다는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