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침체가 이어지면서 증권업계가 또한번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놓였다. 다음달 마무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재평가가 고비다.
당초 정상으로 분류한 자산을 당국 기준에 맞춰 '고정이하' 혹은 '요주의'로 재분류하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하기 때문이다. 자체 리스크 관리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총 규모는 줄였으나, 해외투자 건과 고위험 사업장 정리가 당장 쉽지않은 점이 건전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일 '증권사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월말 국내 27개 증권사 기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채무보증, 대출채권, 사모사채, 지분증권, 부동산펀드 및 리츠 포함)는 4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총익스포저 비중은 60.2%로 2022년 말 66.6% 대비 낮아졌다. 다만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비중은 높아졌다. PF내 브릿지론 비중은 25%에서 29%로, 중후순위 비중은 42%에서 43%로 소폭 늘었다.
윤재성 나신평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고위험 사업장 비중은 여전히 중소형사가 가장 높은 모습"이라며 "해외 및 우량사업장의 경우 자본여력이 큰 종투사 위주의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중대형사의 경우 국내 사업장 중 중·후순위,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더욱 높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올 하반기에도 높은 금리 수준과 PF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부동산 금융의 침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의 추가 저하 가능성 및 대손비용 증가 위험을 지적했다.
자산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 이유는 다수 브릿지론이 본PF으로 전환하지 못한채 만기만 연장해 사업성은 낮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본PF로 전환하더라도 미분양 우려나 분양연기로 투자회수가 지연돼 절대 규모가 줄지 않고 있다. 아울러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만기도래 전 평가손익보다 만기시 최종 손실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도 재무건전성을 압박하는 요소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평가기준에 맞춰 7월 5일까지 PF 정상화 첫 단계인 사업장 평가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상으로 취급한 자산을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할 경우, 대손비용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윤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익스포저와 관련한 최종 손실인식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상각·매각 등 신속한 처분을 유도하고 있으나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단기간 내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규모별로는 종투사는 해외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기초자산의 평가손실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형사는 수익원을 부동산금융에 의존하는 곳들이 많은 만큼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창출력을 개선할 수 있을지, 저하된 재무안정성을 얼마나 회복시킬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종투사의 채무보증 및 부동산PF 주선 및 자문 수수료수익은 2024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1.3% 늘었다. 반면 대형사는 12.4% 증가하는데 그쳤고, 중소형사는 39.7% 뒷걸음 쳤다.
아울러 2022년 하반기 이후 캐피탈, 저축은행, NPL투자회사를 보유한 증권사의 지원부담도 하반기 모니터링 포인트 중 하나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월 대신저축은행에 500억원을 출자했으며, 키움증권은 키움캐피탈과 키움에프앤아이에 각각 490억원을, 키움예스저축은행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에 2000억원을 지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올해도 부동산 투자자산과 한계차주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자회사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원부담이 현실화되면 해당 증권사의 재무안정성 변동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많은 증권사들이 신용등급을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신평은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SK증권의 선순위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후순위채 등급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단계씩 내렸다. 단기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등급은 유지됐지만 등급전망이 바뀐 회사도 있다. 하나증권의 선순위채권 등급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선순위채권 등급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