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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여전한 역삼동PF…메리츠, 공매진행 후 새주인과 물밑교류

  • 2024.07.04(목) 16:50

메리츠, 역삼동부지 공매 강행해 대출 회수 성공
새로운 부지소유주와 금융주관계약 체결 논의 중
중·후순위 대주단, 공매 금지 가처분 기각에 항소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집행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후순위 대주단의 반대에도 공매를 진행해 투자금을 회수한 메리츠증권은 부지의 새로운 소유주와 금융주관 계약 체결을 논의 중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기한이익상실(EDO) 선언으로 투자금 대부분을 날린 캐피탈사들은 공매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에 항소하는 등 분란의 불씨가 계속 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메리츠, 선순위 자금 회수하고 금융주관계약 논의

4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832-21외 4필지의 새로운 주인인 라살자산운용·KT에스테이트 컨소시엄과 금융주관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주관계약을 체결할 경우 메리츠증권은 담보대출을 집행할 금융회사를 모아 대주단을 꾸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 부지는 개발사 와이에스씨앤디가 소유했던 곳이다. 2021년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KB증권과 금융주관계약을 맺고 브릿지론(개발 초기단계 자금조달방법)을 조성했다. 이때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 BN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구성된 그레이트역삼제일차는 전체 담보대출(1775억원)의 74%에 해당하는 1300억원을 출자해 선순위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이중에서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은 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넣었다.  

애큐온캐피탈, DB캐피탈, 웰컴캐피탈, 한국캐피탈, 웰릭스캐피탈 등 여러 캐피탈사가 중·후순위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빌려준 금액은 455억원 상당이다. 대주단을 모집할 때 1순위 대주단이었던 메리츠증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부지는 금리 상승, 자금시장 경색 파고에 부딪혀 3년간 첫 삽도 뜨지도 못했다. 본PF(브릿지론 다음 단계 자금조달방법)로 전환되지 않자 메리츠증권은 결국 자금 회수를 택했다. 대출 자금의 74%를 대고 있던 선순위대주단은 만기 연장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 이용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역삼동 부지에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지난 3월 부지 공매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투자금을 통째로 날릴 위기에 처한 중·후순위 대주단은 법원에 공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한 달만인 4월 공매를 다시 추진했다. 그 결과, 라살자산운용·KT에스테이트 컨소시엄이 입찰가 1550억원에 낙찰을 받았다.

선순위 대주단 몫의 1300억원과 약 70억원의 브릿지론 연장수수료를 먼저 분배하면 455억원에 달하는 중·후순위 대주단은 대출해준 자금 상당수를 돌려받기 어렵다. 

해당 부지의 새 소유주인 라살자산운용·KT에스테이트 컨소시엄은 7월 중순 잔금을 치르면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권리 행사한 리스크관리 or 우월적지위 이용한 탐욕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EOD를 선언해놓고 해당사업장의 새 소유주와 금융주관 계약을 추진하는 건 위법은 아니지만, 도의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본PF로 전환하는 기간이 2~3년이란 점을 감안할 때 공매를 진행한 건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자신들의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들이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공매로 정리한 사업장에서 대해 새로운 부지소유주와 금융주선을 검토하는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브릿지론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선순위 채권자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논란도 있다. 본래 연장수수료는 만기 연장 계약을 맺을 때마다 대주단에 지급한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부터 브릿지론을 3개월씩 연장하는 조건으로 3%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연장수수료가 1%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역삼동 부지 사업에 정통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은 아직 중·후순위와 선순위 대주단의 입장 정리가 완료되지 않아 분쟁이 진행 중"이라며 "과도한 브릿지론 연장수수료를 부과하던 메리츠증권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공매절차를 진행해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법원이 중·후순위 대주단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중·후순위 대주단은 항소를 진행 중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중후순위 대주단의 불만제기 및 연장수수료와 관련해 "2년 동안 6차례 만기연장해준 것에 대한 자본비용에 상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옥석가리기란 명분으로 PF 정상화에 나서면서 선순위, 중후순위 대주단의 갈등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F 대주단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PF 사업장을 가급적 롤오버(만기연장) 시키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선순위 사업자들은 담보가치 문제가 터지기 전에 탈출하는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최근 건설사들의 불만 섞인 제보가 빗발치자 브릿지론이나 PF 대출을 주선해주는 금융회사들에 경고를 날린 바 있다. 특히 이른바 '쩐주' 지위를 악용해 시행사를 대상으로 대출이자나 수수료 책정시 나타나는 '갑질'을 겨냥했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PF 수수료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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