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상가용 부동산 펀드들의 만기 연장이 잇따르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이 유지되고 있고, 내수 부진으로 당분간 처분이 어려운 탓도 있다. 다만, 개발 차익을 노린 수요가 있는 만큼 상가 유형이나 입지에 따라 온도차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영화관 등에 투자한 펀드, 잇달아 만기연장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KB롯데마스터리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의 만기 연장을 준비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10년 전인 2014년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지점을 매입하면서 해당 펀드를 설정했다. 이 펀드가 담고 있는 기초자산은 롯데백화점 일산점, 상인점과 롯데마트 구미점 고양점, 부평점, 당진점, 평택점 등 7개다. 20년 장기임대차계약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임차수익을 기반으로 3개월마다 배당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앞서 지난 2021년 KB자산운용은 만기를 3년 연장한 적 있다. 이후 9월 운용기간 종료를 앞두고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일단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백화점 일산점의 경우 대한토지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펀드 만기 연장 이후 남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임차계획이 남아있는 백화점, 마트가 입점해 임대료를 잘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순위 대출금리 변동에 따라 움직임은 있지만 수익률도 7%대로 목표수익률을 넘기고 있어 만기를 연장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리테일 상가를 기초자산으로 둔 펀드들이 매각 난항에 만기 연장을 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의 CGV 건대입구점이 입점한 더몰오브케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펀드(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 역시 매각을 추진하다가 매수자를 찾지못해 지난해 만기를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여전히 불안한 상가 부동산…개발 수요 '숨구멍'
상가를 담고 있는 펀드들이 만기 연장을 택하는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훈풍이 부는 오피스와 다르게 상가는 아직 거래가 미진한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오피스 공실률은 8.6%로 6년래 최저 수준이다. 반면, 중대형상가, 소규모 상가, 집합상가는 공실률이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온라인 소비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줄면서 상가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관이나 쇼핑몰은 통상 15~2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는데, 빈약한 매출로 계약 만기 전 중도 해지를 할 경우 기초자산 원본의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상가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은 호재지만 내수경기가 계속 좋지 않다면 수요가 받쳐줄지 의문"이라며 "내수경기와 밀접한 대기업들이 유동성 대응을 위해 부동산자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감안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가 자체가 아닌 개발 차익을 노리는 수요는 기대를 걸만한 포인트다. 시행사들은 건물을 매입한 뒤 오피스나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해 개발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명한 마스턴투자운용 리서치전략(R&S) 실장은 "극장 등이 입점한 건물은 소유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해 건물 용도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트나 백화점은 단독건물이 많고 타용도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KB자산운용이 매각을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 일산점의 매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도 고양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관련 개발 차익을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실장은 "금리가 낮을 때 조성된 펀드들은 배당수익률이 괜찮고 최근에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해 리파이낸싱을 한 곳들도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입지별로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