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불건전영업행위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28일 제15차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정기검사(2022년) 결과 안건을 상정해 제재조치를 논의했다.
논의 결과, 증선위는 계열사 임원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의무 위반 혐의와 관련 1억7000만원의 과징금, 다른 4개 혐의에 대해선 9억50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9월 27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과태료 처분은 PF 대출채권 관련 상품 판매와 관련 있다. 신용등급조차 나오지 않는 계열사의 고위험 채권 판매를 권유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주요 정보를 투자자에 알려주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 "계열사 부실위험 떠넘겨"...한투 "SPC는 계열사 아냐"
한국투자증권은 A사업장의 자금조달을 주선하면서, 해당 사업장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개인투자자들에게 115억원어치 판매했다. 통상 시행사는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돈을 조달하기 위해 SPC를 활용한다. 시행사와 주관사는 돈을 모집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SPC을 세운다. 이때 SPC는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는데, 그 대출채권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자기회사 또는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 가운데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사채, 자산유동화증권, 기업어음 등 고위험 채권의 판매 권유를 금지한다.
금감원은 사모사채의 발행주체인 SPC가 넓은 의미에서 한국투자증권의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 역할을 수행하며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이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판매한 것은 주관사가 책임져야할 PF 사업장의 부실위험을 투자자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금감원의 해석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SPC는 계열사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증권사가 SPC의 업무수탁을 맡았을 뿐 아니라, 한국투자증권이 SPC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측은 "부동산PF는 손익이 시행사가 주도하는 PF 사업의 사업성에만 연동하도록 SPC라는 별도법인을 만든다"며 "그래서 당연히 (SPC는) 저희 계열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증선위에서도 'SPC를 한국투자증권의 계열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증선위원간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결국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 SPC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결론내렸다. 한 증선위원은 "(SPC는) 사실 한국투자증권이 조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발행한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선위원도 "결국 형식설과 실체설 중 무엇을 갖고 제재를 할 것이냐는 고민에 항상 부딪히게 된다"며 "(한국투자증권이) 형식적으로는 (SPC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PF 주관부터 다 했기 때문에 원안(SPC를 계열사로 본 금감원의 제재조치안)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돈 빌려준 사실' 알리지 않고 사모펀드 판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은 또다른 PF 관련 사모펀드 판매 절차에 대한 지적도 받았다. PF 사업장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해당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주체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건전 영업행위와 관련된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대출채권 보유를 포함해 △인수계약 체결 △지급보증 제공 △계열사 또는 자기가 수행 중인 기업 인수합병 업무대상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보유 등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경우, 이를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금감원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대출채권을 담은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스스로 떠안아야 할 물량을 줄였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러한 고지 의무를 어긴 채 총 16개의 사모펀드, 194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펀드는 증권사보다 변제순위가 후순위인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만약 사업장이 도산할 경우, 증권사의 돈을 먼저 갚은 다음 상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일부 혐의에 대해선 제재 수위를 원안보다 낮게 받았다.
증선위는 '계열사 발행 증권의 투자일임재산 편입한도 위반(고객 일임계좌에서 계열사 주식을 50% 넘게 담음) 혐의에 대한 과태료를 낮췄다.
또한 '투자광고 절차 위반'과 '수수료 수입과 연동한 대가지급 금지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원안과 달리 제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당초 한국투자증권에 부과한 과태료는 29억9900만원이었으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 9억5050만원으로 대폭 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