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에 투자자들이 늘면서 또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기초지수를 배수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 증가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전통적인 ETF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상품인데요. 예를 들어 기초지수 상승의 2배를 추종하도록 하는 상품 주가는 지수 상승률의 2배로 오르게 됩니다. 수익률도 그만큼 커지겠죠. 하지만 동시에 지수가 하락해도 2배로 하락하기 때문에 고위험 상품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인데요. 시장이나 레버리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의 레버리지 ETF에 과도하게 몰리면서 한국은행이 직접 투자에 유의하라는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주식 거래액 상위 50개 중 17개가 곱배기 ETF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국 레버리지 ETF는 주로 미국 기술주를 2배 혹은 3배로 추종하는 ETF들인데요.
3월 26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세이브로)의 외화증권 예탁결제 자료를 보면, 최근 1개월간 해외주식 결제금액 상위 50개 종목 중 34%에 달하는 17개 종목이 미국에 상장돼 있는 레버리지 ETF였습니다.
특히 '쏙슬'로 불리우는 디렉시온 미국반도체 3배 ETF(SOXL)는 31억9493만 달러로 전체 미국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 2위에 올랐고요. 테슬라 주가의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테슬라 2배 ETF(TSLL)도 28억6241만 달러어치나 사고 팔리면서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밖에도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NVDL이 8위, SOXL의 반대형태로 미국반도체 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SOXS가 11위에 올라 있습니다. 모두 기술주 ETF죠.
규제는 못 참지...미국 레버리지로 몰려간 한국인들
한국 투자자들은 왜 미국 레버리지 ETF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상대적인 저금리와 시장의 성장성 차이, 집단적이며 투기적 거래성향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또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의 레버리지 투자 규제가 많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힙니다.
실제로 국내에도 레버리지 상품들이 있는데요. 코스피200 지수나 코스닥150 지수를 2배로 추종하거나 금선물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등의 ETF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의 레버리지에 투자하려면 몇 가지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요. 우선 1000만원 이상의 투자금(예탁금)이 있어야 하고요. 교육비 3000원을 내고 온라인 투자교육도 이수해야 합니다.
또 한국에서는 2배 레버리지만 있고, 3배까지는 없습니다. 지수 하락을 몇갑절로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도 없죠. 원지수가 되는 투자 상품의 다양성도 크게 떨어집니다.
반대로 미국시장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때에는 별다른 교육과정이나 투자금 기준이 없습니다. 누구나 소액의 자본이 있더라도 투자가 가능하죠. 레버리지 상품도 2배 3배까지 있고, 인버스로도 2배와 3배 상품이 존재합니다. 운용사의 상품전략도 다양하죠.
정리하면 미국은 정보는 주지만 투자 선택은 투자자의 자유라는 자율주의 원칙이고, 한국은 사전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책방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같은 한국 투자자에게 미국시장은 열려 있고, 한국시장은 규제를 받고 있는 불균형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되고 있습니다. 미국주식에만 자금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미국사람들도 레버리지를 좋아할까
그렇다면 레버리지 ETF는 한국 투자자들만 좋아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ETF의 본고장 미국에서 2006년에 처음 생겼는데요. 프로셰어즈라는 자산운용사에서 2배 및 2배 인버스 ETF를 출시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디렉시온 등 다른 운용사들이 3배짜리도 출시하면서 상품종류가 크게 늘었습니다.
노후 연금용으로 장기 투자를 많이 하는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년 기준 레버리지 ETF 자산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길 정도로 시장도 크다고 해요.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나스닥 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가 있는데요. 하루 거래량만 수천만주에 이릅니다. 한국인들이 사랑한다는 반도체 3배 ETF인 SOXL도 미국에서 인기라고 하죠.
또 러셀1000금융서비스 지수를 3배로 따르는 FAS, S&P의 바이오테크지수의 3배인 LABU 등도 대표적인 미국 레버리지 ETF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트레이딩에 활용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투자자들 역시 레버리지를 짧게 사고 파는 형태로 활용한다고 하니 한국 투자자들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레버리지에 투자할 때에는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며칠이나 몇 주 단위의 추세를 보고 짧은 기간에 사고 판다고 하는데요.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발표나 물가지수가 발표되는 등 이벤트를 전후로 단기매매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또 포트폴리오에 담은 주식들이 하락할 때 리스크 헷지 전략의 일환으로 인버스 레버리지를 방어용으로 활용한다고 해요.
10% 내려도 10% 오르면 본전? 절대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레버리지를 단기매매용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매일 리밸런싱되기 때문에 지수가 횡보하거나 급등락 하면 원 지수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에 1억원을 투자했다고 해 볼게요. 오늘 10% 내리면 자산이 9000만원이 되는데, 내일 다시 10% 반등했다고 해서 1억원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내일은 9000만원의 10%만 올라서 9900만원이 돼 있는 거죠. 하루만에 원금을 찾으려면 10%를 초과하는 주가 상승이 필요한 겁니다.
극단적으로 첫날 50% 하락했다면 1억원은 반토막인 5000만원이 될테고, 다음 날 50%가 올라도 자본금은 7500만원 밖에 남지 않습니다. 반대로 첫날 50% 올라서 1억5000만원이 되더라도 다음날 50% 하락하면 1억5000만원의 50%인 7500만원만 남습니다. 1% 오르고 1% 내리더라도 원본이 계속해서 갉아 먹힐 수 있는 구조이죠.
물론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지수의 경우 레버리지에 장기투자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수는 꾸준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누적 수익률은 기초자산의 단순배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테슬라 레버리지 ETF의 경우 2025년 들어 마이너스 80%의 수익률을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레버리지에 투자할 때에는 반드시 그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