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 특수목적차량 제조업체 오텍이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서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또다시 자금조달에 나서며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 반복된 공모성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유증에도 자금 부족…회사측 "추가 조달 필요했다"
오텍은 최근 자회사 씨알케이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0억원 규모의 공모 BW 발행을 결정했다. 행사가액은 내년 1월 2일 확정하며, 공모 청약은 같은 달 7~8일 이틀간 진행한다. 채권은 1월 13일, 신주인수권은 1월 26일 각각 상장 계획이다.
이번 공모 BW는 불과 4개월 전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연장선이다. 오텍은 앞서 지난 8월 증자비율 55.22%에 달하는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유증 직전 발행주식총수는 1539만16 05주였으나, 이후 2389만1605주로 크게 늘었다. 회사는 당시에도 씨알케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제시했다.
유증으로 계획했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오텍은 유상증자로 184억원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120억원을 자회사 씨알케이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증 발표 이후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하향 조정됐고, 이에 따라 실제 조달 금액은 13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조달 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씨알케이에 대한 지원도 계획보다 크게 감소했다. 애초 120억원 투입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실제 집행 금액은 71억원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유증을 통해 기대했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생겼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오텍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당시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목표했던 자금조달 규모에 미달하여 당초 계획했던 재무구조 개선을 온전히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번 200억원의 추가 출자로 씨알케이의 향후 수주 대응력을 제고하고 재무구조 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조기 행사 가능한 대규모 BW…희석 우려 부각
문제는 이번 공모 BW도 상당한 수준의 잠재적 주식 수 증가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이번 BW에는 예정 행사가액 2017원 기준 총 991만5716주의 신주인수권이 부여돼 있으며, 이는 현 발행주식총수 대비 41.5%에 해당한다. 전량 행사시 발행주식 수는 총 3380만7321주로 늘어나 유증 이전과 단순 비교해 119.6% 증가하게 된다.

유증 이전 주주 기준으로는 보유 중인 지분 가치가 절반 밑으로 희석되며, 유증에 참여한 주주 역시 BW 행사 시 최대 30% 수준의 추가 희석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에 주가 하락으로 행사가액이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다. 리픽싱(행사가액 조정) 한도인 70%까지 내려갈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 대상 주식 수는 1416만4305주로 늘어난다. 단기간에 희석 요인이 잇따르면서 주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버행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공모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한 달 뒤인 내년 2월 12일부터 시작된다. 공모 BW는 발행 1개월 이후부터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가운데 41.5% 수준의 물량이 2월부터 언제든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잠재 물량이 되는 셈이다.
회사 측은 BW 발행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오텍은 “공모 BW 발행에 앞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다”며 “금융기관 차입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됐고, 사모 방식의 주식관련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에게 동등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강성희 회장, 청약 불참..신주인수권만 매입
이런 상황에서 최대주주 강성희 회장이 이번 공모 BW 청약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책임경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회사 측은 강 회장이 단기적인 자금 운용 계획과 투자 일정 등을 감안해 청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박았다. 다만 발행 단계에서의 자금 투입에는 선을 긋는 대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신주인수권(워런트) 매입하는 선택지는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인 강성희는 이번 발행에 직접 청약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이는 단기적인 자금 운용 계획과 투자 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 여건이 허락되는 시점에는 시장 내에서 신주인수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W는 향후 주식 전환을 통해 지분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발행 단계에서 자금 투입을 피한 최대주주가 이후 시장에서 신주인수권만을 선택적으로 매입하겠다는건 자금 조달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은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회장에게 메자닌(주식연계채권)은 낯선 수단이 아니다. 오텍 상장 이후 강 회장은 지분 희석 국면마다 메자닌을 활용해 지배력을 관리해 왔다. 2011년 오텍캐리어냉장 인수 과정에서 개인 지분율이 18%대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메자닌 전환과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지분율 하락을 방어했다. 상장 이후 장내 매수에 투입한 자금보다 메자닌을 통해 확보한 주식 규모가 훨씬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전략은 2세 지분 승계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2013년 발행한 BW를 통해 강 회장과 두 아들인 강신욱 전무와 강신형 상무가 신주인수권을 인수했고, 행사 시점에는 주가가 행사가를 크게 웃돌며 장내 매수 대비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메자닌이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를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