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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vs 개선'…게임위 논란에 전문가들 "개선필요"

  • 2022.11.03(목) 17:04

게임위, 10일 개선안 발표내용에 주목

깜깜이 등급심사와 비리 의혹에 존폐 논란에 섰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지 보다 개선 쪽에 힘을 실고 있는 모양새다. 

불법 게임물 유통을 막는 게임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행 연령등급 분류 기준을 더 세분화하고 회의록 공개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게임위가 발표할 '게임이용자 소통 강화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게임위 등급 분류 / 이미지=게임위 홈페이지

폐지론 불붙인 '제멋대로 심사'

게임위는 2006년 문화관광부 산하 기구인 게임물등급위원회로 출발했다.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물 등급 분류 필요성이 제기되며 설립됐다. 201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게임위는 등급분류 규정에 따라 게임을 심사한다.

이런 게임위가 최근 불공정 등급 심사 논란에 빠졌다. 게임위가 심사한 게임물 등급 발표가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는 단초가 됐다.

게임위는 지난 9월 게임물 등급 조정을 발표했다. 작년 출시한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한 5종의 게임을 등급 조정 대상에 올렸다. 이중 '블루 아카이브', '페이트/그랜드오더', '소녀전선'이 청소년 이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운영 중이던 해당 게임들의 등급이 갑자기 조정된 이유는 민원 때문이다. 일부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해당 게임의 선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게임위는 선정성과 관련해 등급 상향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정에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위가 '제멋대로 심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정성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서다. 그 근거로 불분명한 신체 부위 노출 기준이 꼽혔다. 신체 부위 노출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심사 위원에 따라 선정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등급분류 규정 제8조(선정성 기준)에 따르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은 '성기 등이 완전히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선정적인 신체 노출이 표현된 경우', '영상에서 성행위를 표현했으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아닌 경우' 등 8가지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선정성 규정 해석 논란이 계속되자, 게임위는 지난달 27일 '페이트/그랜드오더'에 대해 15세 이용가로 다시 의결했다.

5000명 서명 모여 감사청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임위가 도입한 전산망 납품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출시된 게임물을 관리하는 '자체등급분류 통합 사후관리시스템(사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납품 업체로부터 배상금을 받지도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후관리 시스템은 이미 출시한 게임을 국제 기준에 따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통된 게임 수가 크게 늘며 게임물 관리가 어려워진 게 배경이다. 2018년 45만9760개였던 게임 수는 2019년 79만6847개를 기록했다.

특히 2019년부터 게임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시행돼서다. 게임 등급 분류가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게임위는 2019년 카카오게임즈 등 8개 사업자를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했다. 지정된 사업자가 스스로 등급을 심사해 유통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게임물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사후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게임위는 사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총 38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2019년 납품받은 시스템에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전산망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해당 시스템을 구성하는 5개의 서브 시스템 중 2개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 측은 게임위가 개발 외주를 맡았던 업체로부터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게임위 직원이 개발 업체 측으로부터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고 게임위를 떠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사후관리 시스템 사업 감사를 요청하는 국민감사청원장을 감사원에 제출했다. 국민감사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300명 이상의 국민이 서명해야 한다. 감사 청구에 찬성하는 서명자 수는 현재 5489명으로 집계됐다.

게임위는 미작동 중인 2개의 서브 시스템이 내년 중 가동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2개의 서브 시스템 중 하나는 내년 초에 운영될 방침"이라며 "다른 하나는 기능 보완 등을 거친 뒤 내년 중에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상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폐지 보다 운영방식 변화시켜야

이같은 문제점이 나타나자 일각에선 게임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폐지가 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임위 등급 분류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게임물 유통을 막는 게임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부회장인 이지훈 서원대 교수는 "게임위 등급분류 제도의 특성을 더 세분화시키고 등급 분류의 취지에 맞는 운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에 유통되는 게임물 등급을 부여하는 '범유럽게임정보(PEGI)'는 3세 이상·7세 이상·12세 이상·16세 이상·18세 이상 등 5개 연령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깜짝 놀라게 하는 괴물의 등장이나 구체적인 욕설 언급 등을 기재해 분류 기준을 기재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이용가·12세 이용가·15세 이용가·18세 이용가 등 4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고, 그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또 게임위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게임위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게임위의 기능 자체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게임물 등급 분류 과정이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급 분류 결과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위가 세계적 기준에 맞는 등급 분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선진화된 제도가 있어야 게임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세계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도 세계적 수준에 맞춰야 한다"라며 "게임 분류 기준이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가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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