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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시예술 옷입은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 2023.05.30(화) 17:1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게임사회' 전시회
체험형 전시 기획에 강렬 메시지 전달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임사회' 입구에는 게임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피규어가 있었다./사진=비즈워치

"뿅~!뿅~!"

오락실 기계음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화려한 그래픽과 강렬한 색감은 하얀 미술관 벽을 색칠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게임 효과음은 가벼웠지만 예술과 결합한 게임이 주는 메시지는 무게감이 있었다.

며칠 비가 내리고 해가 뜬 30일 오전 '게임사회'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벽돌로 지어진 미술관 외관을 통과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더니 가장 먼저 익숙한 게임 배경음악이 관객을 반겼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이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뉴욕현대미술관과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소장 중인 비디오 게임을 비롯해 작가 8명의 작품 30여점을 전시했다.

게임사회 전시관 입구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자동차 기어 모양의 조이스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었다./사진=비즈워치

게임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은 전시실 입구 앞 컴퓨터. 넥슨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실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카트를 운전하는 조작감을 구현하기 위해 자동차 기어 모양의 조이스틱(방향키와 버튼으로 이뤄진 게임 조작 장치)을 연결한 것이 인상적이다.

게임을 소재로 기획된 전시인만큼 대부분 전시작은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카트라이더와 팩맨을 비롯해 2억장 이상 팔리며 역대 최다 판매작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마인크래프트', 북미 지역의 공상과학(SF) 게임 대표작인 '헤일로' 등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가상현실(VR) 체험을 통해 게임과 사회가 하나 된 배경 속에서 쌍둥이 자매와 대화를 나누는 경험도 가능했다.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 전시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총 모양의 조이스틱(좌측 하단)으로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사진=비즈워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도 있었다.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 작가는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 작품을 통해 총 모양의 조이스틱으로 누구를 쏘는지에 따라 성소수자, 흑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표현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프랑스인 유학생 뒤피 아르노 씨(Duffi Arnaud·22)는 "프랑스는 몇 년 전부터 게임을 예술로 받아들이고 게임 산업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 사회가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겼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게임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권도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지난해 9월 게임을 예술의 범주로 포함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된 후 50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시나리오, 음악, 그래픽 등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라며 "앞으로 게임이 전시회, 오케스트라 등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로써 더 자주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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